지난 5월 명동골목에서 3일간 펼쳐진 천안예술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지만 그 중 판프린지는 35개팀 250여 명 넘는 대인원이 참여한 인기를 누렸다. 음악과 악기가 주종을 이룬 판프린지 무대에서도 한 여성연주자는 독특한 관심을 받았다.
‘영혼의 소리’라는 멋진 오카리나 연주와 함께 밸리댄스를 춘 연주자. 오키라나와 밸리댄스의 접목, 아마 전국 최초의 생경한 퓨전연주였고, 멋진 조화였다.
주인공은 서른한살의 김혜윤씨. 홍성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천안의 한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대학2년 때부터 시작한 레슨 때문인지는 몰라도 피아노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지 못할 때쯤 한 세미나에서 오카리나를 알게 됐다. 틈틈이 여러 악기를 배웠던 혜윤씨의 마음이 착 달라붙었다. “이상하게도 악기를 배우는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피아노 외에도 가야금, 해금, 장구, 단소, 바이올린 등을 익혔거든요.” 그에게 오카리나는 7번째 선물이었다. 오카리나는 소리도 멋있지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디어 주머니’였다. 오카리나 연주만으로 모든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 혜윤씨에게 ‘퓨전’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울렸다.
최근 혜윤씨는 밸리댄스를 시작했다. 2개월 여 배운 상태에서 판프린지에 서게 됐다. 얼마 배우지 않은 밸리댄스지만 오카리나와 접목해보기로 마음먹은 그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2명의 전문 밸리꾼의 도움을 받은 퓨전무대는 기대한 대로 호평을 받았다.
‘열린음악회’에서 연주하는 것이 혜윤씨의 꿈. 곧 한국에서 최고수준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이 작은 가슴이 가득하다. 끼로 똘똘 뭉친 그에게 주변사람들은 ‘항상 자신감이 넘쳐있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지난 1월 둘째딸이 태어났다. 31살의 가정주부로 두 딸아이에게 넘치는 애정을 쏟지만, 밖에만 나오면 집안일은 하얗게 잊는다는 그. 오로지 연주자로의 자신만이 있다. 그에게 팀원들도 있다. 아벨앙상블이라 해서 예닐곱명의 오카리나 연주자들로 이뤄져 있다. 아벨은 ‘살아있는 또는 생명력 있는’ 뜻을 갖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말이다.
“남들 앞에 서는 게 너무 좋아요. 그 뿐이죠.” 그가 배운 다양한 악기연주 외에도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게 많은 그. 제일 좋아하는 것은 오카리나 연주지만, 여기에 퓨전을 도입해 다양한 형태의 연주를 보여주고 싶다는 혜윤씨는 자신있게 소리친다. “설 수 있는 무대만 만들어주세요. 부탁드려요.”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