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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제작기술 ‘내 손안에’

최종은(38·굽비오악기 대표)..이탈리아 굽비오의 정통 현악기 제작기술 익혀 천안에 오픈

등록일 2008년06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현악기 제작부품들  

이탈리아에서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움브리아주는 뻬루지아, 앗씨시, 또디, 스폴레또, 굽비오 등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많다. 특히 굽비오는 ‘악기제작’을 정식으로 배우려는 한국인들이 즐겨 가는 곳이다.

천안 일봉초등학교 정문 앞 대로변에도 지난 2월 ‘굽비오(Gubbio)’ 악기점이 들어섰다. 이탈리아 굽비오에서 정통 현악기 제작기술을 배운 최종은(38)씨가 고향 천안에다 현악기의 판매, 제작, 수리 전문점을 차린 것이다. “보통 악기(수리)점들이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을 갖고 있지, 나처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드물죠. 아직 한국엔 악기에 대한 제작기술을 정석으로 배울 만한 곳이 거의 없거든요.”

현악기라 하면 보통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말한다. 굽비오에도 그가 만든 400만원대 바이올린 한 대가 걸려있다. 또 한 대는 수년간 바이올린을 배운 딸아이가 켜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만들면 한달에 두세대 정도예요. 수리를 겸한 악기점을 경영하는 거라 제작에만 매달릴 상황은 아니죠. 이제 시작이라 이곳을 찾을 수요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잘 몰라요. 다만 50만이 넘는 천안시에 나같은 제작기술자가 한 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거죠.”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수요가 없는 상황. 일단 그의 판매진열장엔 교육용 악기들과 중국제 악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판매가는 적게 15만원에서 이름난 수공예품 바이올린의 경우 1000만원 가까운 것도 걸려있다.

최씨에게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현악기지만 당초 아무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맨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인테리어디자인쪽 일. 이후에는 커피숍도 운영해 보고, 시골에서 배농사도 지었다. 하물며 주요소 일까지 해본 그에게 딱히 이거다 하는 건 눈에 띄지 않았다.

“허구헌 날 고민에 빠져 있던 내게 어느날 딸아이가 배우고 있는 바이올린이 눈에 들어왔죠. 어릴때부터 남달리 손재주가 있던 내게 아내도 ‘그거나 배우지’ 했고, 나도 괜찮겠다 싶었죠. 그리고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서울 마에스트로 학원이었어요.”

서울 서초동에 자리잡고 있던 마에스트로 학원은 현악기 제작기술을 가르쳐주는 전국에 몇 안되는 곳 중 하나. 하필 인연이다 싶게 학원장이 늦깎이 최씨와 같은 동갑내기. 게다가 마음까지 통하자 남들 곱 이상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1년 과정을 3년 배우고, 욕심이 생기자 2007년 전주 백제예술대학교 퓨전공연예술과에 입학했다. “우리나라 대학엔 악기 제작기술과 관련한 과가 없어요. 그나마 비슷하게 찾아들어갔죠. 이번 2학기는 3개월 코스로 굽비오에 갑니다. 2006년에도 다녀왔지만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몇 년간 현악기 제작기술을 배운다고 시쳇말로 돈도 많이 까먹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꿈은 뭘까.

“천안의 굽비오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어요. 내가 배운 제작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이 활성화되고, 그래서 국내외에서도 천안을 찾을 수 있는 악기문화를 갖는 거죠. 굽비오는 그곳 시장이 대표기술자를 임명해 아카데미 코스를 열고 외지인을 받아들여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하거든요. 천안도 그렇게 되길 원하고, 그러기엔 여건조성을 위해 나부터 열심히 뛰어야죠.”

최씨는 서양의 현악기 뿐 아니라 여력만 된다면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 우리나라 국악기에 대한 제작기술도 익혀 폭넓은 악기 제작기술자가 되고픈 욕심도 있다고 귀띔한다. 아마 그렇게 되기까지는 좀 더 먼 훗날이 될 테지만….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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