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가 오는 7월4일 후반기 시의장 선출을 놓고 이른바 ‘송파’와 ‘안파’로 나뉘어 물밑싸움이 치열하다. 송건섭·안상국 의원은 똑같이 부의장 경력과, 이충재 현의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3선의원 꼬리표를 달고 있는 베테랑 의원. 게다가 21명의 시의원중 14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이기도 하다.
송건섭 의원은 지난 상반기 시의장에 나섰다가 부득이 중도포기하기도 한 만큼 이번 후반기 의장을 마지막으로 ‘정치일생’을 마감한다는 각오가 서려있다. “더이상 정치의 꿈은 없다”고 밝힌 이면엔 “그렇기에 사심없는 소신정치를 통해 의회상을 정립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안상국 의원은 3대의회 보궐선거로 입문해 4대때 총무환경위원장, 5대때는 부의장을거쳐 후반기 ‘시의장’의 정석코스를 밟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출마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두 의원을 놓고 의원들은 저마다 이해관계를 저울질하고 있다.
송건섭 의원
안상국 의원
화합이냐 견제냐
성향으로는 송건섭 의원이 ‘친 성무용계’, 정확히는 시행정과 긍정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송 의원의 정치철학으로, “강한 의회는 화합과 리더쉽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행정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견제에 앞서 시행정과의 협력이 우선이다”라는 것. 송 의원은 시행정과의 협력을 전제로 하되, 감사기능에 따라 지적과 대안을 내고 그것으로 부족하다 판단될때 견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송 의원과 경합할 안상국 의원은 시의회의 가장 주요목적이 시행정에 대한 ‘견제·감시’기능임을 강조한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듯 둘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의회기능을 설명한 것.
“우리 의원들은 시행정에 대한 견제·감시를 시민들에게 위임받고 의정활동하는 거다. 시에 협조적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시행정을 발목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의가 시행정을 통해 올바르게 집행되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고민과 선택
의장경합에 나선 이는 모두 한나라당 소속의원으로, 시행정의 장이 한나라당이다 보니 정당정치의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정과의 화합을 우선하는 송 의원이 정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데 이롭다. 반면 정당정치에 앞서 의회정치를 강조한 안 의원의 경우 5명의 통합민주당과 2명의 자유선진당 소속의원들을 끌어안기가 용이하다. 정당대결의 장으로만 구도를 살펴보면 한나라당 소속 14명 중에 ‘튀는’ 의원이 얼마나 되는가의 여부도 볼 만하다. 더불어 성무용 천안시장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 지도 관건.
후반기 의장선거다 보니 1년 후면 차기 지방선거를 준비하느라 바빠진다. 타 정당 의원들도 의원 동료에서 차기선거의 경쟁자로 돌변하는 시기. 정당싸움에서의 공이 정당공천의 자격요건으로 변질되면서 ‘짧은 의정활동’의 정당성에 올인하기 보다는 차기 의회 재입성에 목숨걸기가 쉬운 현실이다. 즉 현재의 유권자 의식수준에서 이들 의원들은 정당의 결속력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후보들 ‘색깔’ 달라
의장후보로 거론되는 두 후보의 색깔은 완연히 다르다. 송건섭 의원이 유연성을 강조한다면, 안상국 의원은 의회 본연의 원칙을 강하게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송건섭 의원은 “진짜 의회상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시행정과의 관계는 ‘상호신뢰’라는 원칙을 존중하는 전제를 깔았다.
의장의 역할에 대해선 ‘머슴론’을 강조한다. “의장은 의원들의 정당한 의정활동에 걸림돌이 없게끔 해주는 뒷바라지 역할이기도 하죠. 행사장이나 쫓는 의장은 되기 싫습니다. 의회의 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의장에게 좀 더 의미있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현안문제를 놓고 의원간 갈등이 빚어졌을 때는 대화로 푸는 방식을 존중하겠다는 중재입장도 밝혔다. 대립에는 논쟁이라는 멍석을 깔고, 긍정적인 논쟁 속에서 대안을 찾아내는 ‘대립-논쟁-대안’이라는 3단계 해법을 정착시키겠다는 견해를 내보인다.
“한때 강하고 독선적이던 내 성격이 바뀐 것은 17년간 조합장 생활을 통해서였죠. 조합원들을 이끌다 보니 성격은 둥그러지고 합리적 해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원칙과 약속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철칙도 얻었죠.”
반면 안상국 의원은 ‘생동감 넘치는 의회’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의 의회는 가끔 무용론도 듣는 ‘죽은 의회’, ‘조용한 의회’였다는 것. 대표적으로 시행정의 구청설치 추진건에 대해서도 의회의 목소리는 닫혀있었다.
“의회가 살아야 의원도 사는 겁니다. 작은 단위의 의회가 정치관계로 얽혀있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시행정과 의회가 다같이 시민에게 존중받기 위해선 시행정의 의회가 아닌, 시민의 의회로 거듭나야 됩니다.”
안 의원은 시행정에도 주문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발전에 약이 됩니다. 공무원들의 행정은 상대가 있는 겁니다. 모든 행위가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얘기된다면 시와 의회가 상생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