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장은 횡령·배임혐의 벗고, 원장은 횡령·배임혐의 입고’
이정우 천안문화원 사무국장에게 돌을 던진 자들이 궁지에 몰렸다. 권연옥 문화원장이 이 국장의 비리의혹에서 시작한 문화원 파행이 1년9개월을 넘긴 상황. 이 국장은 당초 업무상 횡령, 배임, 사문서위조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받았으나 항소한 끝에 지난 4일(수) ‘무죄’에 가까운 벌금 100만원으로 깎였다. 2심에서는 횡령과 배임죄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에게 여죄를 남긴 것은 ‘사문서 위조’ 하나뿐. 그것도 천안시민의 상 신청서에 사무국장이 원장도장을 추천인으로 허락없이 찍었다는 이유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장 허락없이 찍었다 하나 천안시민의 상을 받는데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년 넘게 천안문화원 예산을 주물렀던 이 국장의 비리 치고는 너무 어이없는 결과. 결국 권 원장은 ‘헛다리 짚은 꼴’이 돼버렸고, 이로 인해 파행의 책임은 더욱 원장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정우 사무국장은 2심판결 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초지일관 승복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잘 판단해줘 고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횡령·배임’이란 꼬리표가 그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감회에 젖기도 했다.
이 국장은 “2년 가까이 굴욕과 곤혹 속에서 살았다. 왜 죄를 지고도 문화원을 떠나지 않냐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이젠 홀가분하게 끝낼 수 있다. 처음부터 100% 무죄를 받아도 그만 두겠다는 마음은 분명히 가졌다. 이제 남은 것은 문화원의 정상화고, 며칠 사이 거취표명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미 지인들에게도 자신의 굳건한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문화원장 기소여부 관심
천안문화원도 새 봄이 찾아들 듯하다.
문화원장의 계속된 파행이 결국 파국을 앞당기나 보다. 직원들도 대부분 떠났고 지금은 원장 외에 2명의 직원만 남아있다. 조건부 사무국장으로 있던 황인석씨도 지난 5월24일 문화원을 스스로 걸어나갔다. 10년 넘게 문화원 강사로 수강생을 배출했던 프로그램도 하나 둘 빠지고, 배움에 열성적인 사진포토클럽도 3개월 전부터 강사인 남상호씨의 원성동 사진공방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성추행으로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문화원장이 최근 검찰의 기소여부를 앞두고 있다. 권 원장은 지난 4월23일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 5월24일 검찰에 송치돼 보강수사를 받고 있다. 권 원장은 지난 5일에도 하루종일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혐의점은 수천만원대의 횡령 및 유용혐의를 비롯해 인쇄·광고업체와의 부당거래, 원장선출 과정에서의 편법 등.
한 문화원 관계자는 “검찰수사를 통해 여죄가 있다고 판단, 주중에 기소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로부터도 점점 멀어진 천안문화원에 대해 문화예술인을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최근 돌아가는 상황에서 문화원 정상화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다시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