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운영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는 77개에 이른다. 이들의 2007년 운영실적은 615건. 한 개 위원회가 평균 8건에 가까운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허수가 있다.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나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각각 40회와 38회의 회의를 가졌고, 계약심의위원회가 21건, 농지관리위원회는 344회를 기록했다. 이들 4개 위원회를 제외하면 74개 위원회가 1년동안 가진 회의건수는 대폭 줄어든 172건으로, 한 개 위원회가 2~3건의 회의소집을 가졌을 뿐이다. 이같은 실태는 5월이 다가오는 올해도 41건이 한 건도 없고, 1건이 22건. 77개 위원회중 63개가 부실한 운영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서경원 의원에게 보고한 시정질문 답변서에 따르면 2007년도의 경우 22개 위원회가 단 한건도 회의를 갖지 못했고, 21개 위원회가 1건만의 회의소집이 있었다. 즉 천안시 각종 위원회 절반 이상이 유명무실화 돼있는 실정.
서경원 의원은 “심의회를 두는 목적은 행정의 독단화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주민의사를 수렴하고 전문가의 객관적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가 아니겠냐”며, 형식적인 위원회 운영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윤승수 시 자치행정국장은 “2007년도와 2008년도에 아직 운영실적이 없는 위원회가 19개로, 위원회 설치가 법규와 조례로 명시돼 있지만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존치 필요성을 판단해 정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언제부턴가 행정의 독단을 막기 위해 민간이 포함한 ‘위원회’를 두는 것이 관례화돼가고 있는 것에 내·외부로부터 불만과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청 공무원은 “법규로 명시돼 있어 필요여부를 떠나 둘 수밖에 없다”며 “굳이 행정의 독단을 견제하는 장치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효율있게 선택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일을 수행할때 시민단체나 교수의 자문을 거치기도 하고,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데, 굳이 위원회라는 규제를 둬 이해도 없는 단순회의를 거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도병국 시의원도 위원회의 효과를 맹신하지 않는다. 지난번 조례를 제정할땐 행정의 실행여부를 진단·강제하는 수단으로 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만뒀다.
그는 “형식적인 위원회를 두고 수당을 낭비하기 보단 차라리 직원이라도 더 둘 수 있도록 하고 시의회가 관심을 두는 것이 낫다는 발상이었다”고 밝혔다.
서경원 의원은 “유명무실한 위원회도 문제지만 참여위원을 선정하는 데도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특성을 살려 전문성 있는 적합자를 선정하고, 겹치기 위원을 피할 수 있도록 인력풀에 대한 명단을 만들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시행정에 당부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