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바람처럼 불어와
나를 사로잡아 버린 열정이
어느날 자취없이 사라져 버리고…'
롯데리아에서 만난 이미영씨
1988년 KBS 대학가요축제에서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금상을 수상한 이미영. 1990년 1집 앨범 타이틀곡인 ‘지금은 늦었어’는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애창되고 있다.
이미영씨가 복자여고 출신의 천안사람인 걸 아는 이 많을까.
중학생 딸아이를 키우며 여느 엄마처럼 교육과 사춘기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평범한 삶. 때로는 이웃과 수다도 떨며 재잘조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더니 맞는 말.
사람은 잊혀져도 노래는 남는가 보다.
신부동 집 앞 롯데리아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내민 미영씨는 아직 20대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했다.
그간 생활을 궁금해하자 92년 2집 내고, 93년 천안에 내려왔다 99년 서울 미사리에서 까페노래로 생활, 지난 2007년 9월 다시 천안에 돌아왔다.
“경기도 안좋고, 노래기계가 나오다 보니 라이브 가수가 설 자리도 거의 사라졌어요. 이젠 내고향 천안에 정착하고 살아야죠.”
그의 친구가 운영하는 쌍용동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부르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청주도 다녔지만 한달전쯤 그만 뒀죠. 천안이나 인근에 설 수 있는 라이브카페가 거의 없어요.”
대학2년때 가요축제에서 금상을 받을 만큼 잘 나가던 한때. 1집 앨범도 듬뿍 사랑받고, 2집까지 냈지만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가 뭘까.
“방송생활이 나에겐 힘들었어요. 노래부르는 건 좋지만, 사람 만나고 하는 건 싫었거든요. 또 사람을 오래 기억도 못해요. 게다가 말투도 딱딱하니, 방송생리에 치명적이었죠.”
미영씨는 이달 말께 열리는 천안예술제에 통기타 무대에 서기로 했다. 사람들과 엮이는 게 싫을 뿐이지, 대중 앞에서 노래부르는 게 싫진 않은 거다.
거기서 짧은 활동 탓에 사람들이 기억 못하고, 오히려 가수들이 좋아했던 그의 2집 ‘그대 떠나도’를 들을 수 있을까. 또한 모처럼 대중 앞에 서는 그를 사람들은 얼마나 알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