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 유권자의 참정권이 귀중하게 쓰일 수 있는 투표지침은 없을까? 본지는 정책대결보단 이벤트 선거에 치중하는 후보자들, 이런 이유로 유권자가 소외받는 잘못된 선거문화가 이번 총선에도 보여지고 있다는 일부 시민의 쓴소리에 공감한다. 이에 투표장을 향하는 유권자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제대로 된 후보자 선택에 도움이 되기 위해 건전한 시민단체 활동을 꿈꾸는 사람들의 견해를 싣는다.
<편집자주>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지난 4월3일 제18대 총선 후보자들의 의정활동계획서를 실천본부 홈페이지(www.manifesto.or.kr)를 통해 공개했다. 주요정당의 공천자를 대상으로 당선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의 답변으로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한 274명의 후보자 명단과 내용이 들어있다. 총선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의정활동계획서를 밝혔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중요한 진전이다.
의정활동계획서 공개내용에는 ▷활동희망 상임위원회명 ▷입법관련 계획(관심법률안, 주요내용) ▷주요현안 질문에 대한 답변 등 후보자의 당선이후 활동내용과 계획을 볼 수 있어 책임정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 본다.
그러나 실천본부 공개명단에 따르면 천안갑은 4명의 후보자중 1명, 천안을은 5명중 2명, 아산은 4명중 1명만이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정당은 3개 지역의 후보자 모두가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한 반면, B정당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3명 모두 제출하지 않아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정책대결선거가 힘든 상황임을 예견해 주었다.
원인은 지역중심의 상향식 공천이 이뤄지지 않고 정치권의 늦장공천과 낙하산식으로 전략공천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박탈했을 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에게는 지역의 현안과 정책대안을 심도있게 연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마저 부족했던 것이다. 이는 실질적인 정당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심각한 정치상황이며, 결국 정책은 실종되고 공방만 난무하는 일방적 정치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언론이 다양한 가치와 비전을 담은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해 정책 공론의 장으로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명연애인이나, 유명정치인을 동원한 선거운동에 보도시간과 지면이 할애되고,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분별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 부동층을 인기투표로 유도하는 경향마저 있어 우려스럽기까지 했다.
국회의원선거는 미인대회나 인기투표가 아니다. 향후 4년간 국가정책방향과 지역의 발전비전을 결정하는 선거이다. 그래서 권리이면서도 결과에 대한 책임이 수반되는 의무이기도 하다.
이제 유권자인 우리의 결정만 남았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대결이 부족했던 선거인 만큼, 오히려 우리는 정책으로 결정해야만 한다. 과거의 악습으로 연고나 맹목적인 정당지지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그리고 실현가능한 정책인지 다시한번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을 펼쳐보고 투표장으로 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