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유가가 비상인데 그랜져 두 배 넘는 차량을 구입하다니..그러구선 예산 부족하단 소리나 하구.. 어이없네요.” “시장이 관용차를 고급차로 바꾼다니 할 말 없습니다. 시장님, 대중교통 한번 이용해 보시죠.”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막 쓰지 마시고 불우한 이웃이나 한번 더 돌아보시죠. 경차로 바꾸시고 모범을 보이세요.”
최근 성무용 천안시장이 3800㏄ 제네시스를 구입해 물의를 빚고 있다. 차 가격이 무려 6500만원. 서민들은 엄두도 못낼 가격이다. 가뜩이나 서민경제도 안좋은 상황에서 이같은 소식은 전국 네티즌의 비아냥에 불을 지폈다. 비난의 화살은 천안시장에게 쏠려 있지만, 이충재 천안시의장도 시장과 똑같은 제네시스를 구입했다. 천안시가 두 기관장의 관용차량 구입비로 1억3000만원을 사용한 것에 대해 지역사회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용차량 구입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다. 천안시 관용차량관리규칙에는 ‘등록일로 5년 경과, 12만㎞ 이상 운행’하면 차량구입이 가능하다. 천안시장은 6년에 15만㎞, 시의장 또한 6년에 17만㎞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김갑길 시 회계과장은 “올해 들어 차가 퍼진 적도 있어 교체 시급성을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고급차량과 관련해서는 “50만 도시로서의 위상,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잦은 출장업무 등을 고려해 그랜저와 에쿠스급 사이로 책정했다”고 해명했다.
차량구입가 관련해서는 올해 본예산에서 의회의 적법한 심사를 거치기도 했다. 심사에 관여한 한 시의원은 “당시 차량구입조건이 충족된 상태로 의원들이 꼼꼼히 따져보진 않았다”고 전했다. 인근 아산시도 관용차량 구입비로 6800만원을 상정했다 의회가 1800만원을 삭감한 바 있지만 천안시는 시장·시의장 차량구입비로 책정된 6800만원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장기수 의원은 “시민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절차나 과정을 제대로 밟았다. 잘잘못 이전에 심각하게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장이라는 직분상 일반인들의 차량 개념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이 경차라고 못 탈 이유가 있는가. 다만 잦은 장거리 출장과 안전성, 차량이동 중에도 공적업무의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등에 최적의 조건을 줘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다. 또한 현 시장 소유가 아니라 연한 내에서 차기시장에게도 대물림해야 하는 부분도 감안돼야 할 사항.
하지만 2000㏄ 그랜저에서 3800㏄로 껑충 뛴 고가차량이라는 점과, 고유가 등으로 시민경제사정이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때라는 것이 비난의 규모를 확대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공무원 비위로 분위기가 좋지 못한 때에 시의장까지 가세한 ‘고가차량구입’ 논란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1500㏄급 탄 시장도 있다는데
3800㏄ 오피러스를 타는 당진군수를 포함해 3500㏄급 이상 차량은 전국에서 10여 곳 뿐이다. 서울시장도 3500㏄급 에쿠스를, 서울시의장은 3200㏄ 체어맨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시가 가장 최근 구입했다는 점에서 몇 년 전 구입한 관용차량과의 비교는 문제있지만, 구설수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김완주 전북지사의 ‘소형차량 사랑’은 관심거리다. 2006년까지 8년간 전주시장에 있으면서 그의 전용차량은 1498㏄인 ‘아반떼’였다. 평상시 아무 불편도 느끼지 못했다는 김 지사. 하지만 정작 불편을 끼친 것은 차량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전시성 아니냐는 빈축에 시달린 것. 시장을 끝마칠 때까지 타고다닌 끝에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시장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차는 교통수단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급차를 즐겨타는 부류에는 연예인이 빠지지 않는다. 수억원대의 최고급차량도 이들에겐 취미의 하나일 뿐. 그런 연예계에 노홍철과 최강희는 경차인 마티스를 애용해 ‘검소하다’는 등 호감을 주고 있다.
성무용 시장과 이충재 시의장은 최근 전용차를 ‘제네시스’로 교체하면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고급차를 타게 됐다. 며칠 전만 해도 15만㎞를 탄 2000㏄급 차량을 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다, 이번 차량구입을 통해 전국 최상위권에 입성한 것. 극과 극을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