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의회에서 구청위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반대토론자로 나선 사람은 전종한 의원이었다. 논쟁 끝에 표대결을 이끌어냈지만 전 의원 편을 든 의원은 1명 뿐이었다.
전 의원의 반대는 자칫 동부권을 대변하고자 하는 지역주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제 지역으로 구청 옮겨가고 싶어 저런 거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동부권 의원이 한 둘은 아닐텐데 ‘튀는’ 행동으로 동료의원들마저 거리감을 두고 있다. 어찌보면 왕따의원은 아닌지.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반대토론 서두에 “가급적 천안시를 위한 공론의 장을 지역이기주의에 매몰시키고 싶지 않다. 오직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과 판단으로 결정한 거라면 나라도 나서 지역주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의 모두가 문제삼지 않는 합당성에 반기를 든 전 의원. 과연 소신발언일까, 지역이기주의일까. 차가운 주위 시선도 아랑곳 않고 굳건히 반대토론을 마친 전 의원의 주장은 어떤 내용이었는가 전문의 주요부분을 살펴본다.
▶전문요약
본 조례안의 핵심적 내용은 구청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먼저 의회에서 ‘일반구 설치 의회의견청취’ 당시 주문하였던 다양한 주민의견수렴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지역균형발전의 기초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무시되었습니다.
집행부가 구청 위치선정을 위한 합리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문가의 용역결과가 잘못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구청위치 선정용역에서 기본적으로 다뤘어야할 중요한 측면들을 간과하거나 왜곡하였으며 매우 불성실하게 수행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용역보고회나 상임위원회의 안건 예비심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확인된 사항입니다.
천안시의 기존청사를 활용한 리모델링 비용 5·6억으로 개청할 수 있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기존 문화동청사의 경우 동일부지내의 복합문화파크의 사업계획에 의거, 몇 년 후 철거가 확정되었다는 점과 성거읍의 도시개발사업소는 현재 오래되고 낡은 건물로서 정밀안전진단결과, 일부 구조물은 D등급 판정을 받은 곳으로 개청하더라도 신축요구가 바로 거세질 것이라는 점 등을 의도적으로 간과하였습니다. 기존청사를 활용하여 비용절감을 한다는 주장은 일시적인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 이러한 사실들이 충분히 고려되었다면 후보지별 순위는 판이하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또한 ‘유사시설의 중복성, 공간의 형평성, 공간 효율성, 지역균형발전, 비용의 적정성’이라는 판단기준별 가중치 설정에 있어서 ‘비용 효율성’에 대한 부분을 50%의 배점을 두어 사실상 다른 기준의 점수와 관계없이 ‘비용효율성’ 기준만으로 구청위치가 결정되게 하였습니다.
‘비용효율성’이란 모든 행정행위에서 부수적인 고려사항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판단 기준에 따른 것으로,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본래의 행정행위의 목적이 훼손되는 모순을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중요한 기준들을 낮은 가중치를 둠으로써 절대적으로 우선시 되었어야 할 기준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습니다.
구청은 왜 설치합니까?
천안시가 구청을 설치하는 이유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시민들에게 보다나은 미래적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 구청임을 상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120억이라는 구청신축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더 나은 구청의 위치를 제쳐두고 기존청사를 활용한다.’ 라는 주장은 명분이 없습니다.
두 개의 구청이 개청하고 나서 얼마 안가서 제기될 세 번째 구청에 대한 고민 역시 빠져 있습니다. 실제 행정구역의 경계는 국회의원 선거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천안은 최소한 3명, 많으면 4명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점쳐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빠져있습니다.
행정부가 구청위치선정안으로 내세우는 이번 용역결과는 그동안 여러 의원님들이 지적된 데로 졸속·부실 그 자체인 것입니다.
구청 설치과정에서 보여준 행정부의 일관된 태도는 내부의 결정된 안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일련의 조직적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시민을 위한 보다나은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오직 누가 반대하고 찬성하는지를 확인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행정의 비합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이 바로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해주어야 할 시점입니다. 의회가 오늘 일탈한 행정에 대하여 강력한 메시지를 집행부에 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편법적인 행정은 이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7, 8월 개청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본 의원 역시 동의하겠습니다. 현실적 대안으로 신축은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기존청사를 통한 임시 개청도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마당에 최적의 구청 소재지 결정을 위한 신중한 검토를 위해 금번 소재지 조례안을 부결시켜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