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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과 함께 파행의 책임을 지고 전원사퇴한 문화원의 28일 정기총회. 문화원장 추대건으로 고성이 오가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
파행책임진 임원 전원사퇴했음에도 정기총회에 권연옥 원장 재선출
1년 반 동안 파행을 겪던 문화원이 극약처방을 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문화원 이사들은 지난 25일(금) 문화원 파행을 책임지고 ‘임원 전원사퇴’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는 권연옥 문화원장도 포함됐고, 이런 이유로 28일(월) 열린 정기총회는 문화원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총회장은 시청 관계 공무원과 문화예술인, 언론인이 몰려들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정기총회는 ‘권 원장 구하기’ 같은 드라마가 연출됐다. 권 원장이 ‘내 자리를 노리는 이사’로 지목한 이한식 부위원장은 “1년 반 동안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이제 문화원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미로, 나를 포함해 임원진 모두 원장에 추대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결국 권연옥씨를 비롯해 류철희, 남상호씨가 후보로 추대됐다.
류철희씨는 전 천안시장과 충남도부지사를 역임한 사람으로, 일부 이사들이 천안문화원이 새로운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인물로 추천했으며, 남상호씨는 연극인 출신으로 일찍이 천안예총지부장을 역임하고 천안문화원 포토클럽 사진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문화원 회원은 총 78명으로, 이날 정기총회는 57명이 참석했으며 천안문화원장 선출에 참여한 회원들은 총 53명. 이들의 손에 결정된 15대 신임원장은 임원진과 함께 파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권연옥 원장이 재임됐다. 총 53표 중 류철희 10표, 남상호 5표에 반해 38표로 권연옥 원장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임시의장직을 맡아본 최한규씨는 “오늘 이후로 54만의 문화원이 되길 바라며, 회원수도 54만에 걸맞는 2만명 정도는 참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정기총회를 지켜본 외지인들의 표정은 대부분 돌처럼 경직됐다.
언론들의 관심은 ‘문화원 정상화’에 있지만 시 보조금 지급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 관계자들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한 관계자는 “현 원장의 임기가 1년이 남았음에도 사퇴 후 원장으로 추대되는 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원장이 다시 선출된 것도 문제지만, 잔여임기가 1년이 남은 상황에서 정관의 개정 없이 이사회 합의만 가지고 새로운 임기연한을 갖는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은 “황당하고 염치없다. 이건 정상화도 아니고 오히려 문화원을 아사시킨 거다”며 “부도덕한 행위로 파행의 장본인인 원장이 재선출된 것은 사전에 조작됐다고밖에 볼 수 없는 행위”라고 분개했다.
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 이번 문화원장 선출을 놓고, 정기총회 이후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은 대책안을 갖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있어 28일의 정기총회는 문화원 파행의 ‘종료’가 아닌 ‘파행의 연속선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