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에도 ‘천안웃다리풍물’이라는 정체성 있는 옛 전통문화가 발굴돼 기대가 크다.

천안의 어떤 문화예술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천안문화의 독특함이 복원·재현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남다르며, 성무용 시장도 “지역민에게 문화정체성을 고무시키고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는데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웃다리풍물은 평택, 안성을 비롯해 천안, 예산, 대전에 이르기까지 이 일대 영역에서 행해졌던 고유한 풍물놀이다.

각 지역의 웃다리풍물은 일반인이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행태를 띄지만 ‘천안흥타령농악보존회’는 천안만의 웃다리풍물을 복원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다행히 이들 농악보존회는 문광부가 올해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사업’으로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천안웃다리풍물 복원 및 재현 연구팀은 조주우 단국대 국악학과 교수를 비롯해 연구원으로 윤명원, 전재철, 이종택, 김수희, 이진우, 권 현씨가 나섰으며, 보조원으로 박미화씨가 함께 했다.


‘가새치기’는 천안만의 것

천안의 웃다리풍물 발생지는 봉서산 서쪽 중군봉 아래에 자리잡은 ‘방축골 마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쌍용3동 주공9단지 일대에 터전을 일궜던 방축골은 한때 마을 뒤에 ‘용암저수지’라는 큰 방죽이 있었던 곳으로 수백년동안 정월 첫 번째 용날 당고사를 비롯해 마을 곳곳에 있는 우물에도 고사를 지냈다. 또한 정월보름까지 마을을 돌며 집집마다 지신을 밟아 한해동안 마을과 집안에 액을 막고 복을 기원했다.

당시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오던 방축골 풍물은 인근에서 대단했다고 전한다.

조주우 책임연구원은 “1940년 당시 천안에는 유량동풍물패와 신방동 새말풍물패, 오룡동풍물패 등이 있었지만 방축골풍물패 기량에는 따르지 못했다”고 밝힌다.

특히 40년대 이전부터 경기도와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웃다리풍물의 대표적 인물들이 이 마을과 교류하면서 그 기예는 더욱 발전했고, 특히 ‘이돌천’이라는 뛰어난 법고잽이를 배출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한국전쟁 이후 침체기를 거치다 1988년 이돌천 선생이 흩어져 있던 풍물꾼들을 모아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을 구성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게 됐다.

방축골 풍물은 목신제와 용왕제를 지내는 전국 유일의 지역이다. “육지에서 마을의 평안과 풍농을 기원하는 목신제는 많지만, 바닷가에서 주로 지내는 용왕제까지 지내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물이 농업과 인간생활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낸 것이라 추측된다”고 조 책임연구원은 설명한다.

웃다리풍물은 당산고사와 용왕제, 문굿, 우물굿, 터주굿, 조왕굿 등 지신밟기, 돌림법고, 당산벌림, 오방진, 사통백이 등 판굿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천안웃다리풍물은 판굿에서 ‘가새치기’와 ‘도둑잽이굿’이 추가된 것이 타지역의 웃다리풍물과 다른 점이다. 전재철 연구원은 “웃다리풍물이 지역에 상관없이 닮았지만, 가새치기와 도둑잽이굿은 유독 천안풍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성”이라고 밝힌다.

이런 고증을 얻기까지는 최고령 증인인 인태경(83) 옹의 구술을 비롯해 유문봉(81), 김윤환(75), 김무열(68), 서경식(66), 김용래 등이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한편 인근 평택의 웃다리농악은 중요무형문화재 ‘평택농악 11-나’호로, 안성은 ‘경기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반면 충남도내 풍물은 아직 체계적인 발굴·보전이 되지 않아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예산·홍성의 ‘내포풍물’과 ‘당진풍물’이 도 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중이며, 천안도 이번 ‘천안웃다리풍물’로 경합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조주우 책임연구원은 “이번 천안웃다리풍물 복원 및 재현사업을 통해 체계적인 고증과 이론을 갖춰 타 지역보다 앞서있다”며 도문화재 지정을 선점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