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화원이 파행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오리무중의 난맥상에 빠졌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권연옥 문화원장에 의해 이정우 사무국장이 쫓겨나듯 나가고 문화원장마저 파행의 책임을 지고 떠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1월을 거치면서 모든 상황이 안개속에 휩싸였다.
권 원장은 총회에서 이사진과 함께 전원사퇴를 받아들였으나 그 자리에서 회원 38명에 힘입어 원장으로 재 등극하는 헤프닝을 벌였다. 그것도 1년 잔여임기가 아닌 4년임기를 받아 ‘요상한 총회’를 만들어버렸다.
이정우 사무국장 또한 노동부에 제소해 사무국장 해임처분 원인 무효판정을 받고 복직조치됐다. 3개월 대기발령 이전의 ‘사무국장’으로 돌아온 것. 노동부에 의해 해임처분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받았지만 사무실은 이미 바늘방석이 돼버렸다. 문화원측이 발빠르게 새로운 사무국장을 앉혀놨기 때문에 현실은 두명의 사무국장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두명의 사무국장이 근무하게 됐지만 법적으로는 노동부로부터 원대복귀명령을 받은 이정우 사무국장이 우선된다. 황인석 신임 사무국장도 문화원의 절차를 밟았다지만 이전의 절차적 오류로 피해자가 되는 셈. 게다가 임명시 전 사무국장이 복직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여진 조건부 사무국장이었기에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이정우 사무국장은 “사무국장 자리에 연연해서 제소한 건 아니다. 원장에 의해 일방적인 내쫓김을 당한 억울함을 바로잡기 위해 상징적인 의미에서 복직한 것 뿐으로, 원장이 나가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전했다. 더불어 ‘문화원정상화’에는 파행의 근본원인인 문화원장이 나가야만 되는 것이고, 본인 또한 파행의 한 축에 섰기에 나가야만이 새로운 문화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천안문화원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협의회’ 전수철 집행위원장은 지난 15일(금) 문화원장을 면담해 자진사퇴를 촉구했으나 ‘가만두면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나갈텐데 자꾸 건드리면 그리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문화원은 새 이사진 30명을 위촉하는 등 파행의 해결고리를 정반대편에서 찾고 있어 실타래는 자꾸만 엉켜가는 양상이다.
당초 아라리오 광장에서 집회를 가지려던 범시민대책협의회는 아라리오측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오는 21일(목) 오후 4시 천안역 광장에서 범시민 집회서명대회를 갖기로 예정하고 있다.
김학수 기자 (pusol0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