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수) 입장면 산골마을에서 풍년기원제가 열린 날,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어디선가 나타나 악수를 청하는 총선 예비후보들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작은 단위행사에까지 미치는 그들의 정보망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며, 인사를 나누는 중에도 시종 어디론가 전화걸고 상대후보를 감시하는 눈빛이 날카롭다. 행사 내내 예비후보들의 인사를 받은 산골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선거때가 찾아왔음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오는 4월9일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천안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많은 예비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 예비후보들의 평균경쟁률이 8대1 정도를 보이고 있지만 천안은 갑구의 경우 13명이 나섰고, 을구는 2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놓고 한 정당 관계자는 현역의원이 ‘초선’이라는 점과 ‘정당지지도’가 인물선호도를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 ‘만만한 총선’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양승조(갑구) 의원과 박상돈(을구) 의원은 지난 총선때 열린우리당 지지를 등에 업고 금배지를 차지했다. 이전의 갑구는 성무용·정일영의 양 세력속에 있었고, 을구는 함석재의 독주체제로 이뤄져 있었다. 갑구는 아나운서 출신의 전용학과 양승조 변호사로 넘어오며 세대교체를 이뤘고, 을구 또한 도 기획실장 경력의 행정가가 4선에 도전하는 함석재 의원을 눌렀다. 여기에는 열린우리당 바람이 한 몫 한 것도 사실이다.
지지도가 높은 한나라당의 한 예비후보는 “일단 각 정당의 내부경선에서 대부분 걸러질 거다. 나같은 경우엔 정당지지도가 높으니 공천만 받으면 이후 본선싸움은 쉽게 갈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을구 후보는 “현재 10명의 후보중 1차 서너명으로 거른 후 경선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며 “그 속에 끼여드는 게 1차목표”라고 전했다.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 참여추세
단 두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33명의 예비후보들이 등록했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격’을 갖췄다.
13명이 나선 갑구는 서울대 학력이 3명에 국회의원과 도의원 경력자가 2명씩 포진됐다. 현직 변호사도 3명이 뛰고 있으며 2명의 대학교수에 아나운서 출신 경력자도 있다.
20명이 경합하는 을구는 다양한 전문성으로 더욱 화려하다. 6명의 전직 시·도의원과 감정평가사, 시사논평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변호사, 의사, 대통령비서실행정관, 기업체 회장 등 전문인들이 대거 몰려있다.
이처럼 다양한 인물군이 모여들면서 갈등관계도 나타나고 있다. 박중현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평상시 천안발전에 기여 없이 기회만을 쫓아 낙향해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에 대해 ‘천안을 기만하고 천안시민을 우롱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위직 또는 인기직이라 해서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은 양 으스대는 이들에 대해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높아가고 있다. 한 유권자는 “예전에는 더러 ‘높은 양반네들’ 모시기가 성행하기도 했지만, 이젠 유권자들도 눈이 높아 고위직이라 해서 능력이 있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특히 정치인들의 도덕성이 공공연한 문제로 공감하는 상황에서 구태(舊態)한 권력주의자로 오해받기 십상이다”고 조언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숙인다’는 말이 있듯 스스로 낮추고 성실함을 보여주는 정치인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편 각 정당들은 오는 3월25일 후보자등록이 시작되기 전 경선 등을 통해 공천자를 확정해야 하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점하기 위해 정당들의 전화여론조사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김학수 기자 (pusol0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