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 시민이 사는 천안에도 ‘문화의 거리’가 있는가. 특화거리를 찾자면 병천 순대골목과 성정 가구거리를 떠올린다. 문성 휴대폰거리나 쌍용 로데오거리도 있지만 아직 기반여건이 미숙하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천안은 ‘명동거리’가 문화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실상 몇몇 문화공간과 차없는 거리라는 매력 외에 내세울 게 딱히 없는 곳. 젊은이들이 마지못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해서 천안의 문화예술인들이 찾아갔다. ‘벤치마킹’ 차원에서 둘러본 삼청동은 300여 개 가까운 점포들이 동화 속 마을처럼 예쁘게 장식하고 사람들을 맞았다.
이곳 갤러리도올 신동은 대표는 삼청동 문화코드의 대표격이다. 한국화랑협회 사업이사이기도 한 신 대표는 3회째 삼청로 문화축제를 기획·운영하면서 국내 ‘문화1번지’로 각광받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몇 년 사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곳으로, 아담한 점포지만 저마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명소가 되었지요.”
그가 말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란 몇몇 점포를 제외하곤 잡스러움이 없다. 간판도 간단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디자인이 가능한가에 대한 대답이 삼청동에 있었다. 외벽에 하트문양의 창문을 낸다거나 회색벽에 간단한 그림이 가미되면서 전혀 다른 차원의 고급스러움이 채워지는 ‘마법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천안아라리오 화랑과 조각공원이 ‘수준높은 경지’에 있음을 기억해낸 신 관장은 “천안도 삼청동과 같은 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파격’의 조건을 충족했을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들 하듯 관행적, 상업적 사고에서 출발하면 안 된다며 “정치적, 또는 형식성을 파괴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과감히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만이 천안속의 삼청동, 또는 명동거리의 삼청동이 자연스럽게 탄생할 것임을 밝혔다.
김학수 기자 (pusol0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