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설치’가 시행정이 원하는 방향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시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청사위치선정 용역’을 맡겨 애초부터 주장해온 장소를 확정지었다.
시의회는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의회권한을 체념한 듯한 상황. 이기를 앞세운 찬·반논리로 특위활동이 무산된 채, 일부 의원만이 ‘원칙과 절차’가 생략된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다.
용역의 부실함은 ‘짧은 용역기간’으로 제대로 된 현장실사 한번 없었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시행정에서 누차 강조해온 ‘지역균형개발’에 대한 가중치가 10%에 그친 반면, 비용 효율성에 50%를 배정했다는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용 효율성’은 의회나 시민단체 등이 그동안 구청설치에 대한 단점으로 지적해 왔던 부분이다. 시행정은 이를 갑구청을 문화동청사로, 을구청을 직산 구북부청사(현 도시개발사업소)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들어 교묘히 장소선정에 이용했다. 구청설치목적을 당초 지역균형개발에서 설치비용절감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지역균형개발로 보면 오히려 ‘목천 신계리’가 최적으로 풀이된다.
장기수 의원은 “그렇더라도 갑구청의 경우 문화동청사에 대한 투입비용이 5억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계산방식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삼용동 체육시설 121억, 목천 신계리 321억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로, 장 의원은 문화동청사가 갖고 있는 재산적 가치를 산출하지 않은 것은 억지로 꿰맞추고자 하는 얄팍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5개 분석기준별 배점평가 결과 서북구의 경우 도시개발사업소를 90점으로, 동남구의 경우 문화동청사를 79점으로 최고점수를 줬다. 하지만 비중이 50%에 이르는 엉터리 비용효율성을 제외시키면 서북구는 도시개발사업소와 시민문화회관 성환분관이 40점으로 동점이며, 동남구는 삼룡동 체육시설 31점, 목천읍 신계리 40점에 비해 문화동청사는 29점으로 제일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한편 천안시의회는 몇몇 의원들의 불만 외에는 용역결과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구청설치를 전제로 한 의회 상임위 배분문제를 숙고하기 위해 용인과 안산, 포항의회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방문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종배 운영위원장은 구청설치와 관련해 “의원동료간의 가시화된 갈등이나 향후 활동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때 의원간 갈등이 첨예화됐던 ▷60만일때 3개구청 설치건 ▷2년 뒤쯤으로 추진시기 연기건 ▷서너개 장소로 나뉜 설치장소건 등이 이렇다할 토의나 합의 없이 시행정의 강행 속에 파묻혀버린 듯 잠잠하다.
김학수 기자 (pusol0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