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면 봉양리의 식물원 ‘들꽃세상(대표 홍융표)’은 1일부터 춘란을 분양하고 있다. 홍씨 부부가 정성스레 가꾼 난은 2600개. 자식보다 귀히 키운 덕에 예사롭지 않은 난들이 지천이다. “2600개나 되지만 1500종이 넘으니 같은 난 찾기가 어려울 게요.” 10년 전 부대동 2만2000㎡에서 살 때가 있었건만 봉양리 9000㎡에 자리잡다 보니 ‘희귀종’으로 경쟁력을 삼게 됐다. 이미 춘란 말고도 정원수와 야생화 1000여 종 중에는 세계의 희귀한 품종들이 들어와 있다.
‘돈벌이에 나설까, 들꽃이 좋아설까.’ 홍씨는 후자다. “들꽃과 친해진지 이미 32년 됐네요. 내 입장에선 야생화 키운다고 돈이 되지는 않아요. 오히려 많이 투자했죠.” 돈이야 넘부럽지 않을 만큼 갖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 잘 키우고, 이제 우리 부부만 남아 힘에 부쳐요. 나이도 있고. 이제 다른 욕심은 없고, 현재 공간을 예쁘게 잘 가꿔나가면 되는 거죠.”
최근 나무 하나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밥도 넘기지 못하고 함께 아파했다.
부대동이 개발바람을 타면서 홍씨는 들꽃세상을 성남 봉양리 이곳으로 천도(遷都)했다. 그의 정성은 나무를 옮겨심는 데서도 나타났다. 1년 동안 1억원을 쓰며 옮겨심는데 870그루의 나무 중 소나무 한 그루만이 죽었다. 밭흙에 묻혀있다 보니 활착에 문제가 생겼었나 보다.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이곳은 장소, 물, 공기가 좋고 더불어 마을인심도 좋아요. 축사냄새는 매화꽃을 심어 정화시켰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세상에 ‘나만이라도’를 외치며 긍정적인 삶을 추구해온 홍씨. 무심코 사용하는 샴푸조차 안 쓰고 사는 자연인으로, 아내와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춘란 분양은 9일까지예요. 가장 기본적인 운영경비는 마련할까 싶지만 이마저도 힘드네요.” 분양개시일 이틀 전인데도 한쪽엔 이미 ‘찜’해놓은 풍란이 가득하다.
김학수 기자 (pusol01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