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33·파랑갤러리 관장
천안에 23평짜리 아담한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유량동 천안향교 정문에서 왼쪽으로 꺾어들어가면 보이는 건물이 ‘파랑갤러리’다. 파랑은 자신을 비롯해 남편과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색이어서 별 뜻 없이 지었다. 색으로 이름진 건 신부동 방죽안오거리의 ‘파랑화방’이나 목천 유왕골의 음식점, ‘빨강대문집’이 있기도 하다.
김민정 관장은 다분히 낙천적인 마음으로 파랑갤러리를 열었다. 도자기 공예를 전공한 남편, 홍엽중 상명대겸임교수를 위한 1층 작업장을 벗삼아 2층에 아담한 크기의 갤러리를 둔 것으로, 크게 운영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였으나 운영비 자체가 별로 안 들어가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갤러리를 위해 5년 동안 운영해 온 갤러리 옆 하루커피숍도 접었다.
“큰 작품전은 어렵지만 작은 규모의 전시관도 나름대로 쓸모있지 않을까 해요. 개인전이나 소규모 모임, 동우회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게 파랑의 역할이죠.”대지 240평에 지은 파랑갤러리는 ‘1일체험장’으로도 운영계획을 세우고 있다. 소극적으론 이미 하고 있지만 천혜의 주변경관을 십분 활용해 재미있고, 깔끔한 체험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갤러리 뒤로 나있는 등산로로 태조산 등산을 할 수 있고요. 밤도 따고 농작물 캐기나 구워먹기 등 농촌체험도 함께 할 수 있죠. 갤러리 1층 도예공방에서 직접 도자기 등을 만들어보기도 하구요.”김 관장은 남편 따라 도예를 배웠지만 실제 전공은 염색 및 시각디자인이다.
여차하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운영해 볼 생각도 다분하다. 공기 좋고 전망이 탁 트인 갤러리의 운치를 제대로만 살려낸다면 문화·예술인들과 관객으로서의 시민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는 김 관장. 이 때문에 1층에 예쁜 조명과 아주 작은 연못을 만들고, 갤러리 건물과 주변을 도예 작품들로 가득 채우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건물과 주변공간이 좀 더 넓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지만, 잘만 가꾼다면 크게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아요. 아주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보단 적당한 사람들이 왕래하며 만족할 수 있는 선을 찾아야죠.” 그런 생각으로 2층엔 두세 개의 탁자가 실내·외에 설치돼 전시관 관람과 함께 커피도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난 9일 개관기념으로 5명의 상명대 교수들이 참여한 ‘현대도예초대전’을 10일간 열기도 하며 ‘파랑갤러리’를 세상에 알린 김민정 관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외진 곳이고, 호화로운 갤러리도 아니어서 대관비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렴하게 쓰겠다는 분들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한번 찾아오세요” 라며 방문을 반긴다.
천안에 개인화랑이 거의 없는 탓에 유량동 파랑갤러리의 탄생이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