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천안 구성동
약간 까만 피부톤에 자그맣고 날씬한 체구로 ‘외국인 여성’임을 쉽게 간파하는 외모지만 한국말은 꽤나 능숙한 30대 초반의 여성, 춈스레이마우는 쉬임없이 재잘거리는 지애(7)·지연(6) 두 딸아이의 구김살 없는 태도와, 고물상일을 하는 남편 유천선(47)씨의 자상함에 여느 한국여성주부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꿈과 이상이 충돌하는 여자나이 25세인 2000년. 춈스레이마우(한국이름 유현아)는 머나먼 이국땅, 한국을 택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은 부자나라로 동경의 대상이다. 한국의 60년대를 방불케 하는 캄보디아의 생활여건은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눈을 뜨는 시기. 시집갈 나이가 찬 춈스레이마우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한국사업가의 중개로 천안사람 유천선씨와 국제결혼을 감행했다. “당시 한국은 ‘모두가 사장’인 부자나라로만 알고 있었죠. 언어도, 문화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한국 천안사람 유천선’이란 글자만 가슴에 품고 왔어요.” 유씨는 대전출입국 사무실 관계자가 ‘대단하시네요. 캄보디아 호적으로는 한국사람과 첫번째 결혼입니다’ 하는 말을 들었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처럼, 유씨는 한국땅을 처음 밟는, 그것도 결혼이라는 수식어로는 최초의 캄보디아인으로 기록됐다. “놀라웠죠. 한국이란 나라에 캄보디아인 여성주부가 나 혼자라니….” 처음엔 무섭게만 보이는 남편과 손짓, 발짓으로 언어를 대신했다. 처음엔 눈물도 많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하는 상황에 혼자만 내동댕이쳐진 외로움과 서러움을 누가 알겠어요.” 가르치기가 서투른 남편에게 한국말을 배운다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 유씨는 오로지 TV에만 집착해 언어와 문화를 배웠다. 그러기를 6개월, 한마디씩 통하는 걸 느꼈고 그러면서 착실한 남편의 배려와 관심도 깨닫게 됐다. 최초의 캄보디아 한국주부이면서 성공한 국제결혼, 능숙한 한국말 등으로 대전출입국의 캄보디아인 통역일도 맡아보는 유씨는 ‘국제결혼의 성공요령’을 전한다. “현재 하루 60쌍이 결혼하고 그중 30쌍 넘는 부부가 이혼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서로간의 성격차나 잘못된 가치관이 문제죠. 정말 행복한 결혼을 바란다면 처음부터 ‘배우자’로 선택하고 존중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