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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통해 가을을 느껴봐요

사색을 통해 가을을 느껴봐요

등록일 2007년10월0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윤 여 홍(63·시인) 높푸른 하늘에 양떼구름이 흘러가는 모습과 한적한 도로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문득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얼마 전만 해도 가을은 ‘사색의 계절’로 불리며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때이기도 했다. 요즘은 책 한 권쯤 옆구리에 끼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통 볼 수가 없다. 세대가 바뀌었음을 전해준다. 윤여홍(63) 시인은 지역작가로 굳은 살이 베였다. 그보다 ‘시인다운’ 형상을 가진 이가 있을까. 희끗희끗한 사자머리에 한 갑자를 지냈음에도 여전히 모순된 세상에 대한 반항심을 키우며 눈빛을 날카롭게 갈아대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가을이 왔다. 며칠 전에는 부모가 사시는 성황동 옛 철도관사에 찾아갔다가 지저분하게 흩날리는 감나무잎을 태우면서 한순간 당황했다고 한다. “낙엽 태우는 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 거예요. 아무리 산성비를 맞고, 기후변화가 극심하다 해도 옛 정취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죠.”큰일이라 했다. 낙엽은 가을의 산물, 낙엽을 태우며 나는 냄새는 가을의 느낌이었다. 그런 냄새가, 가을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만 전 방송을 보니 이번 노벨평화상은 전쟁을 억제시킨 공로가 아닌, 생태보존의 공로자를 선정한다고 하데요. 지구환경에 대한 보전대책은 이제 전쟁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한다. 요즘은 어떤 불만으로 절필하고 있다지만, 가을에 대한 그의 상념은 ‘모과처럼’이란 시에서 잘 표현된다. ‘햇살도 건성으로 받아야 윤기가 난다. 얼룩까지 지워지면 우리의 본색은 없는 것. 서늘하게 달궈야 잘 익는 법. 모과그늘이 모과를 닮아가고 있다. 푸른 물감이 자욱하다.’윤 시인은 부모님 집 앞마당의 모과를 통해 가을을 노래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접목시켰다. “굳이 계절탓 할 필요 없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사유(思惟)가 적어요. 사는데 시달리고 쫓기니 무슨 낭만을 알겠어요. 그래도 틈틈이 사색하고, 나아가 말과 생각을 지우고 달관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면 좋겠어요” 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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