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이렇다할 검증 없이 시행정은 지난 9월19일 충남도에 일반구 설치 승인요청을 올려놓은 상태다. 도는 특별한 법적 이상이 없다면 행정자치부에 올리는 경유지로, 시행정은 행자부 승인이 시기적절하게 떨어져 내년 본예산에 구청 관련예산을 상정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원들은 시의회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구청설치에 대한 천안시의회(의장 이충재)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의회입장에 따라 구청설치를 무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 그런 의회가 의회절차를 무시하는 시행정의 행태도 꾹 참고, 유순한 양처럼 천안시 의지대로 따라가고 있다. 최근 구청설치 관련 ‘의견청취’가 상정됐을 때도 별다른 반발 없이 3가지 의견을 달아 채택했을 뿐이다. 의원들은 ‘동상이몽’의 꿈을 꾸고 있다. 구청은 혐오시설이 아닌 ‘유치희망시설’로, 자기지역으로 설치됐을 때의 경제적 이익이 이들에겐 최우선시 하는 사안이다. 표를 먹고사는 의원들이 주민의 대변자 노릇으로 해당지역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이 때문에 의회가 악취를 달고사는 현실이기도 하다. 의회가 ‘구청설치’라는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특위조사를 통해 숲의 형태를 내다보고, 그에 따라 산을 오르는 합리적 코스를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즉 ‘구청관련 특위’는 의회를 좀 더 원칙과 소신있는 역할정립에 필수적인 요건임을 공감하고 있다.하지만 실제운영에 있어 구청설치에 따른 이해득실에서 상관이 적은 의원들 위주로 특위를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의원들은 구청설치에 대한 ‘무조건 찬성’을 부르짖고 있다. 찬성의원들은 명분을 현실에서 찾는다. 이미 자기들의 코스를 변경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숲을 보게 하는 시간 자체가 허비라는 계산이다. 일부 의원들은 특위가 좋은지 왜 모르겠냐며, 그 속셈이 반대에 있다는 걸 아는 이상 불필요한 논쟁조차 하기 싫다는 것이다. 시의장도 의회 한계를 느끼고 ‘특위를 통한 의견조율’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단계별 논의’를 통한 개별격파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회에 특별히 객관적 검증을 기대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쓰라린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