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원씨(좌)와 광덕면의 한 농가집 가을풍경 작품.
80년대 초반부터 사진작가로 전국을 누빈 방일원(53?천안사진작가협회 감사)씨. 그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구닥다리 수동카메라를 걸쳐매고 틈만 나면 전국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눈동자에 배인 고집은 그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하도 쏘다니는 터에 전국을 손바닥 보듯 꿰뚫는 그를 사람들은 ‘길방’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길을 잘 아는 방(方)씨’라는 뜻이다.
그의 특별함은 ‘테마’와 ‘집념’, 그리고 ‘향토’라는데 있다. 테마는 그와 뜻을 같이 하는 ‘공간사진동우회’가 함께 했다.
‘한국의 미소’라는 작품집 하나를 내기 위해 회원들이 보낸 시간은 엄청나다. 한국의 미소 안에는 충청을 미소를 비롯해 한국의 장승, 누와정자, 대문, 서원, 빛, 소나무 등 7가지 테마가 들어있다. 전국을 수시로 들락거린 끝에 얻은 산물이다. 작품을 얻기 위한 집념은 방씨의 강점 중 하나다. 집착에 가까운 집념은 항상 좋은 사진 얻기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문가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어느 스님과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내게 그러더군요. 바람과 소리를 찍어보라고.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어요.”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그 후로 어떻게 하면 바람과 소리를 찍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더군요. 모든 것이 소리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하고요. 밤의 적막도 소리가 없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소리란 말이죠.”
그의 사진이 조금씩 변했다. 똑같은 피사체를 찍어도 바람과 소리를 담았다. 사진 자체는 죽어있다는 개념이, 사진은 살아있다고 느꼈다. 사진에 생기가 도는 작품, 그래서 사진을 보면 볼수록 사진속 풍경에 젖어드는 작품이 늘었다.
가장 그답게 만든 것은 ‘향토’에 대한 사명감이다. 그가 살아숨쉬는 생활주변을 앵글에 담는 것, 그 역사성을 영원한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천안토박이로서, 개발바람에 뭉턱뭉턱 사라지는 지역의 멸망을 사진에 담았고, 평상시 쉽게 지나치는 천안 곳곳의 일상사를 여과없이 품어냈다. 사진이 갖는 가치성을 무엇으로 따질까.
예산이 수반되는 얘기긴 하지만, 시행정 등에서 지역의 사진작가들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테마가 묻혀 있습니까. 천안의 전설과 역사의 흔적, 자연경관, 변화모습 등을 시민에게 보여주고 기록사진으로 남겨두면 의미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