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웅 할아버지는 ‘칼갈이 봉사’가 알려져 지난해 각종 방송과 언론에서 앞다퉈 다뤄지며, 일약 전국구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
일명 ‘칼갈이 할아버지’로 불리던 정일웅(74·쌍용동) 할아버지가 꼬박 70일 만에 다시 칼갈이에 나선 사연이 흐뭇하다. 관내 학교와 시설을 다니며 ‘칼갈이 봉사’를 해온 정 할아버지는 지난 6월18일 평상시처럼 노인정 앞에 받쳐둔 오토바이를 도난당했다. 9년간 불편없이 타고 다니며 할아버지의 발이 돼준 오토바이가 없어지자 망연자실. 더 이상 이동수단도, 칼갈이 기계를 실어나르는 방법도 없어지며 칼갈이 봉사를 문닫았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잃은 덕(?)에 모처럼 얻은 달콤한 휴식도 8월27일 쌍용2동 자생단체들이 십시일반 걷어들인 150만원으로 새 오토바이를 사드리면서 끝이 났다. 2004년경 동네 노인회장을 맡고있던 정 할아버지는 어느날 거리에서 마주친 딸같고 며느리같은 동네 젊은 주부의 푸념을 흘려듣지 않았다. 사연인 즉, 일봉초등학교 급식봉사에 애로점이 수십 개의 칼이 무뎌 음식장만에 애를 먹는다는 것. ‘옳다구나’ 무릎을 친 할아버지는 일본을 다녀올 일이 있어, 국내엔 없는 칼가는 기계를 덜컥 사왔다. 당시 돈으로 42000원으로, 노인 용돈으로는 꽤 큰 돈이었다. 옛날 목수시절 자주 대패를 갈던 경험을 살려 금방 익숙해진 할아버지는 일봉초등학교의 30여 개 되는 칼을 모두 갈아줘 젊은 주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 이름은 삽시간에 퍼져 ‘칼갈이 할아버지’로 불리게 된 정 할아버지는 최근 학교와 시설 50군데에서 찾는 인기봉사맨이 됐다.봉사유지비는 생각보다 많이 든다. “1년이면 한 100만원 돈 들어. 기름값 하랴 수리비 하랴, 장비보수도 만만찮거든.” 간혹 학교에서 고맙다며 2~3만원을 건네면 고맙다면서도 나올 때는 은근슬쩍 놓고 와 빈 손이다. “안사람과 둘이 사는데 어려움은 없어. 관리비 등에 10만원, 우리내외 부식비에 10만원이면 한 달 생활이 가능하지. 한 달 30만원이면 거뜬하거든.”지난 8월28일(화) 기자와 얘기를 나눈 후 급하다며 새 오토바이 번호판을 달러 경찰서로 향하는 정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문득 아름답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