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자( 45·유왕골 음식업)
4년 전부터 성거 유왕골에 터잡고 사는 조씨네. 주변에선 17가구밖에 안 되는 조그만 산촌에 뭐 먹을 게 있다고 들어가냐 말렸지만 “생업에 그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딨냐”고 당차게 대꾸했던 조씨는 음식점, ‘빨강대문집’을 명물로 만들면서 생계고를 탈출했다.목수인 남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 하나와 오순도순 살던 조씨는 4년 전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유왕골에 음식점을 할 생각으로 빈 집을 임대했다. 약간의 손질로 집모양을 갖추고,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대문집 새댁’ 또는 ‘대문집 언니’로 부른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빨강대문집’으로 이름을 지었다. 마을 전체를 통틀어 조씨네만 나무대문으로 돼 있는 특징을 살리고, 온통 빨간색으로 대문을 칠해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눈에 잘 띄도록 한 것. 음식메뉴는 등산객 위주로 여러 가지 내놨지만 조씨가 자랑하는 것은 도리탕과 청국장이다. “도리탕은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매콤·쫄깃한 맛이 일품이고, 청국장도 직접 담가 엄청 맛있어요. 솔잎이나 오가피, 국화 등 계절별로 담가내는 동동주도 제맛이죠.” 이곳 유왕골은 계곡 자체도 각광을 받지만 태조산과 성거산, 각원사에서 넘어오는 삼각지로, 특히 유왕골 약수터는 등산객들의 집합소다. 유왕골의 17가구 중 음식점을 하는 곳은 빨강대문집을 포함해 3곳. 장사래봐야 여름 한철 아니겠나 생각하지만 의외로 ‘겨울’이 성수기다. “이곳은 겨울산행이 유명하고, 날씨가 추우면 으레 우리집 구들장을 찾는 등산객이 많아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바쁘고요, 특히 한겨울 주말은 아침 8시면 그날 예약손님이 다 잡혀요.” 노인들만 사는 산골로 들어와 억척스럽게 살다보니 이제는 등산객들 걸음걸이만 봐도 어떻다는 걸 안다는 조씨. 올 여름은 계곡에 5개의 평상도 두고, 예의 상냥한 말붙임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찾아만 주셔봐요. 내 음식솜씨 한번 보여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