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여, 당신의 지친 삶을 엘림에서 충전해 가십시오.”
‘엘림’은 성경책에 나오는 오아시스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본토로 가는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더위와 갈등으로 죽음에 직면한 이들에게 엘림은 새 삶의 시작이자 인생의 휴식처였다.
아산 강당골 ‘엘림랜드(원장 김황래)’도 같은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록 사막의 오아시스는 아니지만 광덕산 7부능선에 푸짐한 볼거리와 먹거리, 음악카페를 마련해 안식처로의 기능을 담아낸 것이다.
상민의 ‘엘림에서의 하루’
한동안 회사일이 밀려 주말도 제대로 쉬지 못한 상민(가명)씨는 모처럼 쉬는 토요일에 가벼운 등산차림으로 광덕산 강당골로 향했다.
강당골 중간녘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친구 3명과 함께 한 등산은 1시간30분 코스. 능선을 따라 오래 걷자던 생각은 가랑비도 내리고, 무리하지 말자는 의견으로 낯선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땀을 흘린 뒤의 개운함과 함께 허기가 밀려왔다. 7부능선에 이르렀을 즈음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엘림랜드’ 이정표를 따라 들어갔다.
엘림랜드에는 ‘누구나 차 한잔 마시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란 설명이 달려있었다. 어른은 5000원, 어린이는 3000원짜리 전통차로 통일돼 있었고 이를 통한 수익금은 어려운 소외계층이나 장애자,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쓰여지고 있었다.
김황배 원장의 손길로 하나하나 지어졌다는 전통찻집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기괴한 돌들과 악기들, 옛 물건들이 장식돼 있고, 산 위에서 듣는 카페음악 또한 색다른 맛을 전해줬다.
카페를 나와 커다란 나무 밑 평상중에 한 곳에 걸터앉고, 일행은 가방에 준비한 생고기를 꺼냈다. 이곳은 너댓개의 고기불판이 준비돼 있는 곳으로, 번개탄 2개에 불을 붙이고 철판을 얹은 다음 바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글거리는 소금구이는 간간이 내리는 가랑비와 찰떡궁합.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소주를 곁들여 먹는 맛을 뭘로 표현할까.
저 밑에서는 엘림랜드에 수련회온 아이들이 미꾸라지 잡기에 한창이다. 널따란 연못에 손님이 원하는 대로 고기를 넣어주면 재미있는 오락으로 변했다. 그들의 놀이가 다 끝나고, 엘림의 허락을 받아 일행도 팔을 걷어부치고 미꾸라지 잡기에 나섰다. 손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통에 약만 올랐지만 결국 몇 마리씩 잡고 연못을 나왔다.
상민씨 일행은 허기도 채우고, 놀이도 즐긴 후 이젠 엘림랜드의 여러 볼거리를 찾았다. 전자박물관을 비롯해 생활사박물관, 역사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는 수천점의 수집품은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인민군 복장도 있고, 남폿불, 베틀, 똥장군을 비롯해 독일군 것으로 보이는 녹슨 철모도 있다. 광복 이후 초대정부때부터 근세 격동기까지 각종 신문자료들도 빼곡하고, 어렸을 때나 보았던 악기들도 발걸음을 붙잡았다.
멋진 조경과 함께 시인의 거리도 거닐어보았다. 누군가가 지은 자작시들이 가득 걸려있어 전시회장이라도 온 듯 고즈넉한 야외전시회라 사색에 빠져들기 십상이다.상민씨 외에는 일행 모두 초행길.
“이런 곳이 있었냐”며 흐뭇해 하는 모습에 상민씨 기분도 좋은 듯. 내려가는 길에 불어난 계곡물도 잠시 감상하며, 덩달아 외암민속마을까지 둘러보고 집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