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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거리 축제한마당 ‘3일천하’

축제한마당 ‘3일천하’

등록일 2007년05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천안 판페스티발 2007 개최 - 오렌지씨네스타 중심무대 삼고 다채로운 행사 만발3일간 명동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2007 천안예술제’가 막을 내렸다. ‘천안예술, 거리에서 놀다!’란 부제를 달고 펼쳤던 30여 프로그램이 26일 토요일 밤 열기와 함께 사라졌다. 예술제 기간에 한번쯤 명동거리를 거닐었던 사람이라면 신나는 타악의 두들김이나 흥타령댄스음악의 쿵쾅거림, 비보이의 멋진 율동과 코스프레의 화려한 의상이 의식 한켠에 남아있을 것이다. 날씨까지 예술제에 끼어들어 난장판을 만들었다. 첫째날은 우중충한 비가, 둘째날은 뜨거운 햇살이 불청객을 자처했으나 마지막날은 적당한 바람과 햇살이 최적의 날씨를 선사했다. 본격적인 예술제 기간 전에 공연했던 연극 ‘만선’은 길놀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예년엔 기껏해야 250명이던 관람객이 800명을 넘어서며 봉서홀 1층을 빼곡히 채웠고, 이를 아는 듯 배우들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첫 출발이 좋았으나 개막식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본격적인 축제 첫날 오후 무거운 부슬비가 대지를 적시며 예술제를 훼방했다. 비를 맞으며 간간이 버티던 몇몇 프로그램조차 더욱 사나와진 빗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피신했다. 그 결과, 타악 퍼포먼스와 현대무용 등이 어우러진 개막식은 야외무대를 포기하고 성급히 오렌지씨네스타 10층 스카이라운지로 옮겨 100여 명뿐인 조촐한 행사로 진행됐다.이번 예술제는 예년보다 조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비보이 댄스는 궂은 날씨에도 호응을 얻었으며 50명이 넘게 참여한 코스프레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캐릭터 의상을 입어보고,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조각체험, 거리마술 등을 즐겼고 중앙보건지소가 운영한 건강정보관도 인기를 끌었다. 껍데기 튼튼, 알맹이 부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술제다운 ‘주된 프로그램’의 실종으로 빛을 잃었다. 양념장이 아무리 맛있어도 주재료가 부실하면 손님을 채울 수 없는 이치다. 천안예총이 비중있는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것이 민요경창대회나 천안가요제, 전국사진공모전, 흥타령댄스 등이다. 진행을 맡은 한 예총관계자는 “예술제다운 프로그램을 못 내놓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거다”며 “전국대회는 예술제에서 빼내고, 순수예술제로 승부해야 한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내놨다. 전국사진공모전, 미술실기대회, 민촌백일장 등 예닐곱가지 프로그램을 연 오렌지씨네스타 10층 스카이라운지는 ‘사람없는’ 예술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명동거리 자체가 행인들이 많고, 특히 오렌지씨네스타를 찾는 쇼핑객들이 북적였지만, 정작 스카이라운지는 ‘군중속의 고독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두명씩 간간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는 예총 관계자에겐 무료한 표정이 엿보였다. 명동거리의 한 토박이노점상은 “평상시보다 사람이 많다는 걸 못 느끼겠다”고 말했고, 또다른 노점상은 한낮의 단잠을 즐기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순수예술제 인파는 거의 없었던 걸까. 민촌백일장… 짧고 강하다?100편 가깝게 접수됐던 민촌백일장이 올해는 고작 26편에 머물렀다. 운문(시)이 14편, 산문(수필)이 12편으로 천안시민 모두를 대상으로 한 문인협회 주최 백일장 치고는 꽤나 초라했다. 외지인의 참여가 있었던 반면 천안시민의 참여는 적어 아쉬움이 컸다. 문협은 ‘홍보가 제대로 안됐다’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작품수는 적지만 산문과 운문 모두 예년보다 질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산문은 박미영(서울)씨의 ‘마음’이 장원으로 뽑혔다. 직장생활의 바쁨 속에서 시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받침에 감사하지 못하고 짜증냈던 지난날의 후회를 그렸다. 심사에선 ‘글의 흐름이 무난하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잔잔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운문은 천안 목천에 사는 서미애씨가 여러차례 도전한 끝에 장원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평은 ‘사물에 대한 인식이 맑고 투명하며 글이 정화됐다’고 밝혔다. 연극 ‘만선’… 만원사례연극 ‘만선’은 지역공연치고 꽤 성공한 작품이 됐다. 시청 봉서홀 1층 800석이 가득 찼고, 2층에도 관객이 있었다. 그동안 지역연극이 300명 채워지기 어려웠던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반응이다. 천안 배우들이 총출동해 튼실히 준비한 작품으로, 연기력이나 무대소품 등 모든 부분에서 짜임새를 갖췄다. 하지만 소재의 진부함과 전남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지역색이 강한 건 흠으로 남았다. 친구들 몇명이 함께 공연을 관람한 40대 여성들은 “낯선 사투리나 배경으로 처음엔 지루했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극에 몰두하게 됐다”며 “우리 지역을 배경으로 했거나, 60~70년대의 무거운 주제보다 흥겨움이 묻어나는 오락적 무대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만선은 지역축제에 맞췄다기보다 전국연극제 참가작으로 준비됐으며, 예술제 기간인 지난 24일 전국연극제가 열린 거제도에서 공연 후 6월4일 심사발표를 남겨두고 있다. 사진공모… ‘오리떼’로 금상(사)한국사진작가협회 천안지부(지부장 백추현) 주최로 열린 올해 제17회 천안전국사진공모전은 총 639점이 접수돼 우열을 가렸다. 특히 이번 공모전은 ‘객관적 평가’에 심혈을 기울여 5개 책상위에 3개씩의 바구니를 놓고 심사를 시작, 최종 13점이 선정될 때까지 각각의 점수와 어느 작품이 선정됐는지 전혀 알 수 없게 해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심사평에 따르면 전체적인 작품 수준은 좋지만 아직도 기본요소를 다하지 못한 작품도 상당히 많았다. 제일 아쉬운 점으로는 포커스가 정확하지 않고, 작가의 표현의도가 나타나지 못한 작품들이 상당히 많았다. 올해 최고상인 금상은 박순정의 ‘보금자리’가 뽑혔다. 단풍의 붉은색과 은행잎의 노란색이 수면에 반사, 환타스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오리떼들이 유영하는 현실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정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박순정씨는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찍기 위해 무작정 뛰어다니며 배웠는데 이제는 사진을 할수록 찍기 더욱 어렵다는 걸 느낀다”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흥타령댄스 ‘흥겨우나 정체성 결여’이번 천안예술제에 가장 흥겨운 프로그램으로 손꼽자면 ‘흥타령댄스’가 차지한다. 오렌지씨네스타 특설무대는 흥타령댄스의 강한 율동과 명동거리 전체가 들썩이는 음악소리로 한동안 넋을 잃을 정도였다. 수준있는 팀들의 멋진 공연은 몇 번을 되풀이해서 봐도 재미있는 것. 원래 작은 관객석 때문에 뒤에는 까치발을 들고 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매년 10월에 있는 흥타령축제 한토막을 옮겨 온 것에 불과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도 주무대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천안예술제가 흥타령축제의 예선장처럼 변질돼 보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예술제의 면면을 살펴본 한 관계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외에 의미부여를 도통 모르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관객에게 재미는 주었지만 예술제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점수를 잃었다. 상인들간 마찰 ‘의기소침’준비성의 결여는 상인들간 마찰에서 나타난다. 처음 중앙시장으로 정해 상당부분 추진하다 예술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명동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중앙시장이 공사중인 관계로 그곳 상인들도 즐겨하지 않았다. 명동거리도 여러 가지 상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특화거리의 경우 축제를 돈들여서도 유치하지만, 천안예술제는 ‘반신반의’ 하는 속에서 치러졌다. 천안예술제에 가장 큰 이벤트라고 자부했던 바닥페인팅은 상인들의 반발로 천을 깔고 그 위에 그려야 했다. 좁은 거리도 많은 행사프로그램을 치르기엔 역부족한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지나는 행인들도 많은 상황에서 이곳 저곳에 자리까지 펴고 있어야 하니, 때때로 다니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벤트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예술인은 자리가 비좁아 하소연을 했다. 하고자 했던 내용물도 공간협소로 취소하고, 햇빛가리개까지 가게를 가려 눈치를 봐야 했다. 비좁은 장소적 문제와 시장바닥처럼 떠들썩한 거리는 ‘맞춤 프로그램’을 장만하지 못한 예술인들에겐 힘겨운 시간이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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