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인 숙/49·천안문협 사무국장
퇴근길작은 재빼기 지나 기름집 뒷골목으로 스무살, 내 청춘이소리없이 걸어간다. 나무대문 열고하루의 피로가자취방 툇마루에 걸터앉으면구수한 중앙시장어묵 냄새. 해그림자 밟으며 통채로 밀려온다.
73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는 천안문협(지부장 소중애)은 올해 소중애 동화작가를 지부장에 선임하고 ‘화합과 실력배양’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여기에는 지난 임기에 사무국장을 맡았던 정인숙(49)씨가 재임명돼 유능함을 인정받고 있다.
여성 두명에게 문학살림을 통째로 내맡긴 천안문협에 불안감은 없을까.
있을 법도 한데 둘이는 워낙 바지런하기로 소문나 있는 터. 오히려 ‘문협 활성화’라는 과제만 떠안은 상태다.
정인숙 사무국장은 98년 ‘문예한국’에 등단한 후부터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은 경우다. 안수환 연암대 교수는 천안문화원 시창작교실 10년차 스승.
“학창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소망은 품었지만 98년 직장을 쉬면서 의욕을 다졌다”는 정 국장은 비로소 ‘소녀의 꿈’에 접근했다.
그에게 천안문인협회는 마음의 고향으로 다가왔다. 4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삶의 회의에 잠시 빠졌을 때도 문협과 회원들의 격려로 오늘까지 이어왔다.
“숨어있고 싶은데, 문협일을 자꾸 맡겨 주시네요. 하루의 반은 문협과 생활하나 봐요.”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번 예술제에 실무를 맡았으면서도 부지런을 떤 끝에 ‘퇴근길’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당초 예술제 장소로 설정된 중앙시장 거리를 주제삼아 옛일을 회상했다.
“졸업 후 직장이 천안역 근처여서 자취방을 중앙시장 뒷골목으로 잡았죠. 퇴근길에는 가끔 어묵을 사먹곤 했죠.”
그런 이유로 이번 작품은 참 손쉽게 썼다고 말한다. 옛날일을 회상하다 한달음에 시가 쓰여진 것이다. 실제 시 한편 쓰는데도 한달씩 걸리나 보다.
직장일이다, 집안일이다 먼저 생각하다 보면 시 한편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1년 365일 다 합해도 스스로 쓰는 작품은 몇 안된다. 그나마 1년에 두편 발행하는 ‘천안문학’에 6편, 동인지에 5편 등 10여 편이 의무적으로 쓰여지는 것에 ‘다행이다’ 싶다.
“감상에 젖어 쉽게 쓰는 글이 있는가 하면, 작품이다 생각해서 쓰는 글은 완성되기까지 숱한 고민과 수정이 필요하죠.”
10년 가까운 활동으로 쌓인 시는 70편이 넘는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인이라면 자신의 ‘시집’을 갖고싶은 것이 소망, 열심히 하다 보면 괜찮다 싶은 시집을 만들겠지 꿈을 꾼다.
문인들의 모임이다 보니 다들 감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작은 말에도 상처받아 오히려 화합을 깨치기도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넓지만, 토라지는 일도 다반사.
소중애 지부장과 함께 회원 화합을 우선으로 하고, 타지역보다 약간 높은 문학수준을 ‘월등히’ 높이는 숙제를 안고 오늘도 마음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