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환 (49·조각가)
천안예술제를 기다리는 한 조각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자신이 맡은 부스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시종 고민하는 모습에서 즐거운 열정이 흘러나온다. 조각가 고영환씨는 일반 작가들과 달리 축제의 장에서 관객들과 호흡하길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 넘게 몸에 벤 습관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민성동 미협지부장의 부탁에 망설임도 없이 “그것 좋다”며 3일간 ‘거리화가’로 나서기로 했다. ‘아이템은 많은데, 무엇을 고를까 이것이 문제로다.’ 장고(長考) 끝에 나온 것은 ‘나뭇가지를 이용한 장신구’다. 사람 손가락만한 굵기의 나뭇가지를 조각칼로 파나가면 물고기 형상도 나오고, 보리이삭도 나온다. 약간의 손재주만 가지고도 열쇠고리 등의 장신구로 손색 없다. 그것만으로는 단순하다 싶었는지 두 종류의 스탬프도 내놓을 참이다. “4회 예술제를 알리는 홍보무늬를 판화로 만들고, 최초 태극기의 색다른 모양을 목판화로 만들어 관객들이 스탬프로 직접 찍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단 이 정도면 천안예술제 기간(24일~26일)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는 있을 게다.’고영환씨가 천안에 정착한 해는 지난 1986년도. 서울서 자랐지만 작품활동은 부산에서 하다 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동네, 천안에 뿌리를 내렸으니 완벽한 조화다. 천안에 무슨 연고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란다. 당시 독립기념관이 세워지고, 체험의 장이 마련돼 뽑힌 것이다. 그리고 굴레같은 그곳을 벗어나는 데는 꼬박 20년이 걸렸다. 100여 평 남짓한 공간에 관람객을 상대로 도자기나 목공예 등 갖가지 체험의 장을 열다보니 정작 자신의 작품세계는 꽁꽁 닫혀 버렸다. “경제적 활동에는 지장 없다지만, 대신 내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 갈등을 일으켰어요.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죠.” 올해 2월이 돼서야 조금씩 놓았던 체험장 일에서 손을 끊을 수 있었다. “올해는 자유를 만끽하는 속에 서울서 개인전을 갖고, 대한민국미술제 부스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마감할까 해요. 예술제에서 많은 시민과 만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