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와도 좋다. 롤러블레이드를 타면서도 관람할 수 있다. 왁자지껄 떠들어도 좋다. 공연만 좋으면, 큰 소리로 환호와 박수를 쳐도 좋다. 가족·친구·연인 등과 오면 더 좋다.’예술, 이제는 거리에서 즐겨라. 이것이 ‘판페스티벌 2007’이다. 천안예총(지부장 윤성희)이 시예산 1억5000만원으로 판을 벌였다. 제4회째를 맞는 천안예술제. 그동안 예술제보다는 한층 짜임새와 관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높다. 메인행사는 예년과 다름 없지만, 메인을 받쳐주는 미니프로그램들이 톡톡 튄다. 판프린지나 코스프레, 비보이댄스, 거리마술·악사 등이 젊은이 거리로 유명한 명동거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낼 전망이다. 미술실기대회, 민촌백일장 등도 대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좁디좁은 거리에서 즐겨보는 맛은 어떨까. 영화 ‘왕의남자’에서처럼 연희단의 줄타기, 접시돌리기 등의 묘기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람냄새 실컷 맛보는 거리축제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명동거리 200m 바닥에 그려지는 그림페인팅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축제기간 전에 미술회원들의 전문 손길을 거쳐 작업을 완료한다는 발상. 이 바닥그림은 축제가 끝나도 한동안 지워지지 않는 여운은 남겨둘 것이다. 축제기간 동안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맛도 색다를 것이다. 구 문화동청사 등 명동거리 일대에 크고 작은 주차장도 많지만, 명동거리와 인접한 천안역 경유 버스들이 많아 ‘축제관람객은 부디 대중교통으로’라는 구호가 안성맞춤이다.볼거리1-판프린지(토 오전 10시~오후 2시)변두리, 외곽이라는 뜻의 ‘프린지’ 공연이 명동거리에 선보인다. 장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펼치는 예술공연을 뜻하는 프린지는 1947년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명의 예술가가 거리와 교회를 오가며 공연을 펼친 것에서 비롯된다. 천안예술제에 등장하는 프린지 팀은 14팀. 보컬밴드가 다수를 차지하고, 각종 악기연주가 뒤따른다. 하나님의 임재를 뜻하는 보컬 ‘쉐키나’를 비롯해 초등학생 밴드 ‘오색수’, 천상의 소리로 알려진 오카리나 앙상블 ‘마술피리’가 등장한다. 일반인들도 친근한 하모니 앙상블, ‘천안 영하모니프랜즈’나 천안·아산 직장인들로 구성된 통기타 노래모임 ‘행복찾는 통기타’도 선보인다. 임채선의 클라리넷, 안신영의 첼로 등 솔로도 있는가 하면 실내악을 통한 음악치료 등에 목적을 둔 ‘끄리스띠앙 챔버오케스트라’도 무대에 올라 귀가 즐거운 음악을 연주할 예정이다. 볼거리2-거리화가(24일~26일)“이번에는 꼭 몽마르뜨 언덕을 재현할 겁니다.”민성동 미술협회 천안지부장의 꿈이 실현됐다. 그가 다녀온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은 거리화가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저마다 작은 공간에 붓과 스케치연필을 놓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원하는 초상화도 그려주고, 몽마르뜨 전경을 그려준다. 몽마르뜨 언덕까지 와 본 기념이 될 만 하다. 몽마르뜨 언덕의 화가처럼, 천안예술제 명동거리도 한 편에서 화판이 펼쳐진다. “10명의 화가를 원하는데, 가급적 예술제 참여주체인 미협회원들이 나서주길 원해요.” 희망화가들은 현재 조소를 전공한 고영환씨를 비롯해 장한수, 윤순노, 김진옥씨가 있으며, 중국 중견작가도 나섰다. 여기에는 민성동 지부장도 직접 나서 행인들의 초상화를 그려줄 예정이다. 볼거리3-다양한 캐릭터 따라하기 ‘코스프레’14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다음카페 ‘코스프레동호회’가 천안예술제에 초대됐다. 코스프레, 즉 코스튬플레이는 영화나 만화, 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 복장과 여러 가지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일종의 분장놀이다. 대한민국 최대 코스튬플레이 동호회로 알려진 이들은 하이서울페스티벌, 지스타 국제게임쇼, 삼성전자, 롯데월드 행사 등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활동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천안예술제에는 26일 오후 2시와 4시 명동거리에서 30여 명이 퍼레이드하고, 관람객들과 기념촬영 등에 나설 예정이다. 코스튬플레이는 일본캐릭터 위주에서 점차 국산캐릭터로 변화하는 가운데 있으며, 대한민국의 건전한 청소년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번 천안예술제 참가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이들은 가급적 왜색짙은 코스프레를 자제하는데 초점을 두고 회원을 선발하고 있다. 볼거리4-비보이 ‘런피플’새로운 젊은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비보이들의 세계가 짧고 강렬하게 명동거리를 강타한다.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비보이 ‘런피플’이 24일(목)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명동거리 일대를 나다닌다. 17명으로 구성된 런피플은 주어진 4시간동안 대여섯 차례 게릴라식 길거리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정해진 무대 없이 반짝 나타나는 곳이 그들의 공연무대가 되고, 10분여 화려한 볼거리를 주고 사라진다. 비보이들의 춤에 가락을 던져주는 것은 드럼과 심벌즈. 이들의 브레이크, 비보이 댄스 배틀은 거리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볼거리5-연극 ‘만선’충남연극제 대상수상작 연극 ‘만선’이 22일 오후 7시 봉서홀에 오른다. 천안 연극배우들 대부분이 참여한, 모처럼만의 대작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총력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김태원 연극협회 천안지부장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체 최고 무대소품, 최대 등장인물이라는 점에서 볼 만한 연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국연극제를 앞두고 ‘대상’ 기대까지 욕심껏 드러낼 정도로 피나는 연습과정을 거치고 있어 ‘만선’을 천안연극의 현주소로 삼기엔 부족함이 없다. 천안연극계의 두 거장 채필병이 연출을 맡고, 남태희가 주인공 곰치(남상호) 친구로 나와 맛깔스런 연기를 소화한다. 전라도 남해안 어느 해안가를 배경으로 연출된 작품, ‘만선’은 한 고기잡이 어부의 만선의 기쁨과 함께 닥쳐온 가족들의 애환이 질퍽하게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