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제작과정 속에 막사발의 자유 느껴 일천번제의 제물은 ‘막사발’도예가, 김재민(38·토장도예)씨가 막사발 1000개로 첫 개인전을 연다.
오는 10일(목)부터 3일간 천안문화원에 전시되는 ‘일천번제’는 막사발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구도의 길로 삼고, 막사발을 통한 숙련과 깨달음의 경지를 찾아 시도된 것이다.
“막사발 1000개를 만들다 보니 보통 힘든 과정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차라리 컵으로 일천번제를 도전했으면, 하고 후회도 들었죠.”
1000개의 막사발을 앞에 놓고 김씨는 막사발에 대한 완성소감을 밝힌다.
막사발은 초보자도 만들기 쉽지만, 숙련자는 어렵다는 것을. 이게 웬 선문답인가 하면 “그만큼 만들기 쉬운 것도 막사발이지만, 만들다 보면 그 깊이가 무한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1000개의 막사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흙은 스스로 형태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도 됐다. 흙에 섞인 여러 재질들이 토공의 손길을 거부한다. 이 때문에 토공의 멋부림은 재질이 주는 한계 내에서 발휘된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도 막사발은 결국 스스로의 형태를 갖춰 태어나죠. 나와 흙이 일체화돼야 좋은 막사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인가. 일본 교토의 한 사찰에는 일본 국보로 지정된 조선막사발이 보존돼 있다. 우리 선조들이 막걸리를 담아 마시고 칼국수, 국밥을 담아먹던 바로 그 막사발이다.
이번 전시회는 판매도 곁들인다. 1000개의 막사발 가격이 모두 ‘1만원’이다. 첫 번째 만들어진 것도, 999번의 과정을 거쳐 마지막 1000번째의 번제물로 받쳐진 막사발도 가격이 같다. 이에 대해선 “잘 만들고 못 만들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 잣대는 중요치 않습니다. 못나고 투박해도 가치를 매기는 건 자신의 눈입니다” 한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다면 막사발은 아무 꾸밈이 없는 것, 자연스럽고, 그래서 사심이 없는 것을 가치로 여긴다.
전시장엔 1번부터 1000번까지 꼬리표가 없다. 6개월간 심혈로 탄생한 막사발이지만 순번이 나타나 있지 않다. 1번부터 순차적인 연결고리를 단 것이 전시효과에 더 맛날 테지만, 섞여있으므로 인위적이지 않는, 막사발의 품격을 맞춘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