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상 용 ( 43·민족굿패얼 대표)
창립 10년째, 풍물패들간 연대 및 퓨전방식 구상‘민족굿패 얼(대표 곽상용)’이 창립 1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천안·아산지역의 굵직한 행사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전파해 나갔다. 회원규모나 열정, 활동역량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에 사람들은 천안의 대표적인 풍물패를 꼽으라면 단연 민족굿패 얼을 떠올린다.
민족굿패 얼은 내부 공모 끝에 얻은 이름이다. 민족혼이 항상 살아숨쉬는 풍물패가 되자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연희, 걸립, 두레의 3개 풍물방식에서 이들이 택한 것은 ‘두레풍물’이다. 주위의 부족함을 채워나가겠다는 각고의 의지가 담겨있다.
“민족굿패 얼은 나눔을 먼저 생각합니다. 나눔이라는 건 특별한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남을 위한 아주 작은 배려에서 출발합니다.”
곽상용 대표는 민족굿패 얼을 ‘풍물과 나눔’으로 표현한다. 풍물가락의 초급과정을 배우러 오는 이들이 수업료를 봉사로 대신하는 것도 이같은 내부원칙 때문이다.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 복지시설을 찾아 자장면 봉사를 하고, 일부 회원들은 쌀나누기를 통해 매달 15가정에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딱히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같이 부족한 사람들도 나눔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합니다.”
얼마전 가수 김장훈이 자신은 전세 살면서 9년간 3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민족굿패 얼도 어찌보면 같은 처지 아닐까.
그동안 많은 도움활동을 했지만 정작 그들의 공간이라고는 천안 외곽의 콘테이너박스 뿐이다. 처음 나사렛대 인근 불광사에서 법당을 내줬지만 너무 많은 회원들이 몰려 북적거렸고, 게다가 풍물 연습소리도 커지다 보니 주변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할수없이 제2공간으로 자리잡은 곳이 천안아산역 도로변의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도 여러 사정으로 더이상 있지 못하게 됐습니다. 조만간 아산 휴대리쪽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천안 시내로 들어오고 싶은데 그건 금전여건이 허락하질 않네요.”
회원 구분을 따로 하진 않지만 대부분 천안사람들이다 보니 ‘몸 따로, 공간 따로’ 애꿎은 사연도 경험했다. 사람은 천안이고, 공간은 아산이다 보니 일부에선 ‘박쥐’처럼 보는 사람들이 생긴 것.
“우리 회원들은 그런 구분 안하거든요. 천안이다 아산이다 하는 것은 경계지점에 철조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행정구역의 편리를 갖기 위한 것이잖아요.”
애매한 눈치가 보여 이번 기회에 천안시내로 들어오려고도 했지만 부지확보에 여건이 닿지 않는다. 사람들이 민족굿패 얼을 ‘프로’로 보는 것과 관련해 곽 대표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다른 방식으로 구분했다.
“둘의 차이는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 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프로라도 하루 연습한 것과, 아마추어의 1년 연습량은 비교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난 2006년 천안 흥타령축제에서 민족굿패 얼은 흥타령부와 거리퍼레이드에서 대상을 거머줬다. 이를 두고 ‘왜 프로를 흥타령부에서 경연하게 했는가’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근본적인 기량 차도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가 대상을 받은 것은 1년을 꼬박 준비한 열성의 결과였습니다. 타지역 팀도 오는데 천안의 자존심을 내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힘들게 준비한 무대에서 1등한 것은 당연한 대가일 수 있습니다.”
곽 대표는 당시 거리퍼레이드를 하다가 발톱까지 빠졌다고 한다. 10년차를 앞두고 민족굿패 얼도 ‘변모’를 꿈꾼다.
“풍물꾼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체계적인 틀 속에 각자의 자유를 만끽하는 방식을 가졌으면 하는 거죠. 또한 ‘퓨전’도 도전해볼만 합니다. 풍물에 연극이나 미술, 음악적 소재를 섞는거죠. 또는 풍물 자체의 다양한 퓨전도 고려해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