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석(53·밤나무골 추모공원 비대위 대표)
“시장님, 제발 우리 밤나무골을 살기좋은 마을로 만들어주십시오.”시립추모공원이 들어서는 광덕면 원덕2리 밤나무골 17가구 주민들은 요즘 ‘전쟁’을 하고 있다. 적군이라 하면 큰 마을인 원덕2리 마을과, 무관심한 시행정이다. 예전 일제치하에서는 밤나무가 많은 마을이라 해서 율목리(원덕3리)라 불렸던 밤나무골은 차츰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며 2.5㎞ 떨어진 원덕2리로 흡수돼 생활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원덕2리지만 소속감을 갖지 못한 채 ‘따로국밥’처럼 생활하다 추모공원이 추진되며 ‘원수지간’이 돼버렸다. “말도 마십시오. 밤나무골은 쏙 빼놓고 추모공원을 신청하더니, 54억원의 원덕리 발전사업비가 어떻게 계획되고 쓰여지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부아가 치밀어 새빨개진 얼굴로 화를 내는 엄주석씨. 그는 17가구 대표로 나서 최근 시에 2번의 탄원서를 넣고, 시행정을 성토하는 플래카드를 마을입구에 걸어놓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엄주석씨에 따르면 밤나무골은 처음 채석장이 들어온다는 소문에 원덕1리 주민과 함께 반대활동을 해올 때만 해도 원덕1리와 큰 말썽이 없었다. 하지만 원덕1리는 ‘차라리 채석장이 들어서기 보다는 추모공원이 낫다’고 판단해 실질적인 피해주민이 될 밤나무골 의견을 묵살한 채 추모공원을 신청, 후보지 물색에 난감해 하고 있는 천안시에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문제는 말이죠. 우리 밤나무골이 쏙 빠졌다 이거예요. 17가구 중 10가구는 저처럼 5대째 살고있는 전통마을이에요. 그런데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추모공원이 들어서는 것도 억울한데, 이 마을에 대한 발전계획을 주도하는 사람조차 원수지간인 원덕1리에 있는 거 아닙니까.”괘씸한 생각에 추모공원 추진과정에 원덕1리 발전위원에 들어가지 않았던 밤나무골 사람들은 이제 힘없고 나약한 피해주민으로만 남아있다는 생각으로 폭발 직전이다. 서로 상처만 되기에 큰 마을과 싸울 생각은 없다. 시행정이 별도의 관심을 가져줘 추모공원이 들어서도 살맛나는 밤나무골이 되길 희망할 뿐이다.“시장님을 믿어봐야죠. 곧 추모공원이 첫삽을 뜰 텐데 그전에 밤나무골에 대한 시행정의 계획이 제시됐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다면 불상사도 감수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