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민원인주차장의 차량5부제 통제는 인접한 주차장을 5부제차량 전용주차공간으로 이용해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5부제 시행 6개월… 건성건성 규제, 시행전후 매일반차량5부제를 시행한 지 6개월 여. 경제난과 고유가 극복을 위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차량5부제를 도입한 것이 2006년 6월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부 공공기관만이 시행하면서 강제에 의한 효과에 의문점이 제기되던 차에 한 시청 관계자는 “꼭 규제한다는 의미보단 기름절약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앞선다”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천안시청은 차량5부제에 대한 규제가 철저히 지켜졌다. 간혹 바쁜 사정을 핑계로 삼아 5분을 허락맡고 급히 돌아나오는 차량 말고는 위반차량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한번은 기자와 시청을 방문한 어느 주민이 “이곳에서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진다는 게 위안이 됩니다” 하며 반색한 바 있다. 지난 12월의 어느 월요일, 번호판 끝자리 1번과 6번 차량은 천안시청 정문 앞에서 여지 없이 퇴짜를 맞았다. 정문을 통해 5부제 차량이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철저한 통제 앞에 민원인들의 불편 부담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던가. 바로 인근의 넓다란 주차장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민원인 주차장을 들어가지 못한 5부제 차량이 대부분 인근 주차장으로 들어와 버젓이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어느 곳은 연달아 3대가 5부제 차량이었고, 전체적으로도 평균을 웃돌아 보였다. 5부제 취지를 곱씹어 봐도 뭔가 단단히 잘못돼 있었다. 5부제 시행은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절약하자는데 의의를 두고 있는 것이다. 5부제 또는 10부제 차량 만큼은 그날 하루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다. 그러면 도로교통도 원활해지고 안전사고도 적어지며, 본인은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일석삼조의 유익이 있다. 그런데 시청의 차량5부제는 고작 주차제약에 따른 불편이 50m밖에 안 떨어진 인근주차장을 이용하면 해소된다는 것이며, 그곳은 어떤 통제도 없다는 것을 방문객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때 시청의 차량5부제 취지는 다만 민원인주차장의 주차공간을 일부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직산의 전 북부청사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1월 초순의 어느 화요일. 정문 앞에는 2번과 7번차량의 진입을 금지하는 차량5부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주차공간에 다소 여유가 있어 상시 관리인이 없는 정문 앞 주차장은 차량5부제를 조롱하듯 5부제 차량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몇몇 읍면동사무소 주차장을 둘러봐도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한 관계공무원은 “주차장에 사람을 하나 배치해야 그나마 통제가 되는데, 그런 인력이 없습니다. 표지판만으로 위협이 될 수는 없구요, 스스로 지켜야 하는데 어디 그렇습니까” 핑계와 함께 혀를 찬다. 이같은 상황을 함께 접한 한 지역작가는 “차량5부제 시행을 안지키고 무덤덤해지는 시민들이 늘어나며 자칫 행정정책에 습관적으로 불신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난과 고유가 극복을 위해 공공기관 차량5부제가 시행된 건 2006년 6월.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공공기관을 드나드는 5부제 차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정책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