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시행정이 정말 개혁의지를 담고 변화하고 있는가.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표면적인 변화는 보이나 자발적인 의지까지 담고 있느냐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인다.
주민 입장에서 민원시각 존중, 형식에 치중된 경직성도 엿보여54만 인구에 한해살림 1조원을 자랑하는 천안시. 게다가 성장기 아이처럼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데 천안의 미래가 고무적이다. 일부는 교통질서나 쓰레기 처리의식, 더 나아가 두정동 성매매 특별관리지역 지정이나 골프장 과다건설 등에 따른 환경파괴를 들어 암울한 전망을 내놓지만 이런 것들은 하나의 ‘성장통’으로 보는 견해 또한 만만찮다. 천안은 지금 시민이 원하는 이상향에 발맞춰 올바로 가고 있는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시행정과 시의회가 작게나마 ‘위민행정’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 있다. 도시형 체계 틀 마련최근 시행정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천안의 미래를 구상중에 있다. 이를 위해 400건이 넘는 지표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표가 담겨있다. 교통편의는 삶의 척도중 하나. 천안시는 도로용역을 통해 도심교통을 가장 효율적인 체계로 개선하기 위한 설계를 마쳤고, 대중교통노선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도심 전체를 대상으로 손질하고 있다. 시행정의 변화는 크게 시대적 요구와 시행정의 마인드에 따른다. 시대적 요구는 모든 자치단체에 열려있지만, 시행정이 좇아갈 것인가는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개혁의지에서 비롯된다. 2006년 한해를 돌아보면 성무용 시장의 ‘의지’가 눈에 띈다. 화상 경마·경륜장과 성거소각장, 골프장 등에 대해서는 주민 입장에서 처리했다. 이때문에 행정소송에서는 주로 패배의 맛을 보고 있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행정소송에는 패했지만 성공적인 사례도 나타났다. ‘아파트분양가 가이드라인’에 따른 소송에서 패한 것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천안시장과 천안시가 일약 서민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가이드라인’을 두겠다는 자치단체가 생기고, 천안시의 가이드라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론수렴도 예전보다 그 폭이 넓어졌다. 시정자문교수단과 시정모니터 요원수를 대폭 늘렸고, 시민단체와의 유대관계도 강화했다. 각종 심의·자문위원회 구성과 위원에 대한 구성비율에 민간참여를 확대하는 흐름과도 천안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김우수 YMCA 간사는 “시행정이 점차 개선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반기지만 아직도 개발위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형식적인 참여로 시민단체를 들러리로 세운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시정변화에 의정도 관계지향 시행정과 의회와의 관계를 놓고 흔히 ‘쌍두마차’로 비유한다. 한쪽만 잘나거나 못나서는 마차를 제대로 끌 수 없는 것. 같은 눈높이에서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바퀴가 굴러가는 이치다. 시청사의 불당동 이전과 맞물린 3대 의회는 시행정과 ‘멱살잡이’ 관계를 형성했다. 의원들은 시행정을 적대관계로 대했고, 의원간 파벌이 형성돼 내부갈등도 치열했다. 성무용 시장이 들어선 4대의회는 대립양상에서 친밀한 관계로 돌아섰다. 서로 돈독한 관계유지에 힘쓴 노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립이슈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리고 이같은 틀이 굳어지면서 한층 성숙한 5대의회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줄 줄 아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5대의회가 들어선지 6개월 여. 서너차례의 임시회를 거쳤고, 시정질문과 현장방문, 선진지 견학,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절차를 경험했다. 시 일부 공무원들이 내놓는 의회에 대한 평가는 제법 후하다. 특히 “말이 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동안 의원들의 억지와 우격다짐, 권한남용, 비논리로 일관한 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런 비판이 사라졌다. 천안시 한 공무원은 “처음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업에 대해서도 해당 공무원이 세세한 이해를 구하면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줄 안다”며 높아진 수준을 실감하겠다고 귀띔했다. 실제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안 심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무리한’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 그쳤다. 자기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다 보니 적당한 의욕을 비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자기 지역에 대한 ‘님비’와 ‘핌비’를 대변해 때때로 동료의원과 시행정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었다. 변화… 겉은 성큼, 속은 느릿시행정과 의회가 이렇듯 좋은 여건을 갖고 있지만 우려는 곳곳에 잡초처럼 숨어있다.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은 엿보이나 스스로의 개혁의지는 전과 변화가 없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소극적 태도는 많은 곳에서 보여진다. 우선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도 시는 당초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정보공개하기로 공언했으나 이후 정부가 14개 의무공개 등 공개방침을 권면하자 오히려 ‘폐쇄공개’로 돌아섰다. 너무 갑작스럽게 공개되면 부작용이 속출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라는게 시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기수 의원은 “이제는 정부까지 주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라는 대세적 흐름속에 오히려 천안시가 역행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희망이 있는가 하는 점도 도마위에 오른다. 좋은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나 토론회 등에 관련 공무원이나 시의원들 얼굴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 주소. 얼마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문화포럼에는 주최측 관계자와 일반인 등 20명도 안되는 사람만이 참석하고 있었다. 멍석을 깔아놔도 놀 줄 모르고, 배울 줄 모르는 현실 속에 개혁의지는 얼마나 될까. 그나마 이 정도는 봐줄 만하다. 어떤 정책세미나는 한 떼의 인사들이 축사 뒤 대부분 사라지고 난 파장분위기에서 힘없이 세미나를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비애가 서린다. 한 작가는 격없는 술자리 대화에서 “왜 시장과 시의장은 관객이 될 수 없는가”고 질문을 던졌지만 누구도 명쾌하게 해명해주질 못했다. 갈등으로 꽤 시끄러워질 수 있는 한 협회의 양측 해명자리에 중재를 원했으나 시청 관계자는 별 거 있느냐는 듯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공무원이나 의원의 사고가 아직도 ‘소극적’ 또는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무원 사회의 주도층이 옛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보면 속까지 변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 아직도 업체가 부서직원 전체를 대접하는 일이 공공연한 일이고 보면 기대만큼 한편의 우려 또한 함께 가져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