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사무실 내부변경 공사에 분주한 천안문화원 전경.
문화원장, 사무국장 동반용퇴 종용… 비리 및 성희롱 등 재정비 통해 발전 전환점 기대천안문화원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직원 집단사퇴로 불거진 문화원 사태는 원장과 직원간 업무갈등에서 비롯된 직원 집단사퇴가 총체적인 파행으로 확대되며 문화원 이사회와 천안시까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업무갈등은 표면적일 뿐?문화원장은 지난 5일(화) 열린 이사회에 이정우 사무국장을 포함한 직원 3명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자료화해 올린 것이 문제의 신호탄이었다. 전날 일부 직원들은 원장의 횡포(?)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미 사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던 일도 벌어진 상태였다. 한 여직원이 사소한 업무문제로 원장 직권에 의해 인사발령된 것. “월급이 반값밖에 안되는 한직으로 쫓겨가게 된 거죠” 곪아있던 직원들의 불만이 한계에 이르렀다. 한 직원은 “그래도 원장이 겉(이사회)으로까지 문제삼지 않았다면 직원인 이상 인내하며 보냈을 것”이라며 잔인하게 쫓겨나게 된 처지에서 직원들이 취할 행동은 사퇴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원장은 직원들이 일처리를 제대로 안한다는 입장에서 불만이 높았다. 기자에게 “한마디로 직원들 자질이 없다. 난 바르게 일처리하려는 욕심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문화원 사태는 이미 2005년 2월 권연옥 원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장은 이정우 사무국장과 직원들이 오랫동안 근무해온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에서는 권 원장은 ‘직원들의 개혁’을, 직원들은 ‘원장의 독재’를 문제삼고 있었다. 사태의 본질에는 총체적인 부실있었다?문화원 내부 직원 외에 운영에 직간접으로 관여가 된 곳은 문화원 이사회와 천안시다. 특히 권 원장을 추대한 이사회는 문화원의 모든 사업과 회계를 관장한다. 취임초 문화원 운영의 독단성에 대해 묻자 권 원장은 “원장 혼자서 천안문화를 끌고가는 게 아니다. 문화원에는 이사들이 있고 넓게는 시민들이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있은 후 권 원장은 이사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사회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 “회비도 안내고 참석조차 안하는 이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내보였다. 이 때문인지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 이사회가 소집을 요구해도 심드렁한 반응이다. 이사회 이한식 부위원장은 “이사회 소집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든가, 도지사 승인을 받아 공식적인 이사회를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이미 이사회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원장과 사무국장이 ‘동반용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정우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원장이 용퇴하면 잘 못 모신 책임을 들어 나도 사퇴하겠다” 말하고 있지만 원장은 행위의 떳떳함을 들어 용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권 원장의 문제점이 심각할수록 이를 추대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이사회에 쏟아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 형식적인 이사회에 대한 정비도 시급하다. 한편 각종 문화사업을 위탁하는 입장의 천안시도 관리감독의 소홀함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전부터 “문화원의 운영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이러쿵 저러쿵 관여할 입장이 못된다”며 “기껏 위탁한 사업과 관련해 회계를 보고받는 정도일 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간섭이 아닌 관여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넣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불법혐의’ 업무갈등 너머에는 각자 진위를 가려야 할 심각한 불법혐의가 내재하고 있다. 먼저 권 원장은 천안시에 문화원에 대한 ‘전반적 감사’를 요구해놓고 있다. 직원들이 각종 사업예산을 처리하면서 불법적인 유용 등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이같은 혐의는 일부 문화원을 출입하는 외부 관계자들 입에서도 간간이 회자되고 있는 사안이다. 이번 사태 이후에 기자에게 문화원의 비리혐의에 대해 얘기하며 문제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 물증을 갖고 제시하는 사람은 없고, 추측과 남의 말을 옮기면서 의구심이 확대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정우 사무국장은 “문제가 있으면 떳떳하게 밝히라”고 주문한다. 헐뜯는 식의 중상모략은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는 것.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불법적인 비리가 있으면 당사자가 법에 밝히거나, 물증 등을 갖고 관계당국 등에 제기하면 사회정의 차원에서 바로잡히지 않겠는가”라며 근거없이 왜곡시키는 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시 감사담당관실은 권 원장의 감사요구에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미 검찰에 고소되고, 이사회도 조사위를 꾸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까지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화원의 한 직원에 따르면 원장은 사사건건 직원들의 일처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미 문화원의 실세인 ‘사무국장 죽이기’란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반면 원장은 독단이 너무 심했다고 불평했다. 한 직원은 “원장의 독단에 직원들이 무척 힘들어했지만 윗사람을 모신 입장에서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냐”며 그 동안 말 못할 피해를 당해왔음을 피력했다. 성희롱과 관련해서도 원장은 부끄러운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여직원 두 명 뿐만 아니라 일부 여강사 등도 피해자임을 밝혔다. 실제 지난 4일 여직원 두 명과 강사 한 명이 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남자직원은 배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태를 부렸다고 전했다. 문화원을 출입하는 한 외부 여성 관계자는 “원장의 그간 행태를 보면 무례하다는데 공감한다”며 자격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다른 강사는 당장 밝히기 그렇지만 그보다 더한 문제가 있음을 넌지시 암시했다. 이같은 성희롱에 대해 권 원장은 “나도 모르는 일이다”며 음해성으로 일축했다. 권 원장은 묻는 이들에게 일일이 대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고소에 따른 소환조사 등이 이뤄지는 만큼 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표를 내고 성희롱으로 고소한 여직원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한편 문화원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부끄러운 파국으로만 보는 견해도 있는 반면 그 동안 입소문으로만 번져왔던 문제점을 해소해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권 원장의, 또는 이 사무국장의 문제점을 들춰내며 편들기도 하고, 오히려 문화원 사태의 본질에는 제 기능을 못한 이사회의 문제점을 거론키도 했다. 이 사태를 바라본 성환문화원의 한 이사는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성환문화원의 경우 매달 이사회도 열고, 집행내역이나 현행사업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집행되고 있다고 밝히며 천안문화원의 파행적 사태에 대해 “원장이나 사무국장, 직원, 이사회, 천안시 할 것 없이 문제를 안고있다”고 전했다. 문화원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는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냉정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