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필 병(55·극단 날개 대표)
‘가진 것 없어도 연극이 있어 행복한 사람.’채필병(55)씨를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그가 맡은 대부분의 연극 캐릭터가 ‘코믹’하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분장하면 맛깔스러움은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그것은 목탁구멍속의…’에서 열연한 여자역은 아직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연극의 내공이 쌓여야만 할 수 있는 배역이다.
채씨는 극단 ‘날개’ 대표다. 천안 연극계는 한때 전국의 주목도 받아봤지만 더 이상 진전없는 ‘불모지’ 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 이 상의 ‘날개’처럼 현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욕구를 담아 그의 극단에 ‘날개’란 이름을 달았나 보다.
채씨는 천안 연극의 몇 안 되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 83년 극단 ‘천안’도 그에 의해 탄생됐고, 연극협회 충남도지회장도 역임했다. 한 눈 팔지 않고 연극배우로서만 뛰어다닌 덕에 서울 대학로와 천안 등지를 오가며 ‘무대에서 사는’ 삶을 살고 있다.
“고달픈 인생이죠. 아내에게 생활고를 맡겨놓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요. 그런 면에서 아내를 잘 만나 다행입니다. 누가 50만원도 안 되는 월급 갖다주는 남편을 이해해주겠어요” 한다. 그 형편을 보면 ‘생활이 가능할지’ 오히려 걱정된다.
"어떤 때는 두세 달 꼬박 연극무대에 올라도 대가로 손에 쥐여지는 돈은 달랑 30만원이더군요. 그럴때면 소주 한 잔 털고 밤하늘 한번 보고 고달픈 마음을 비웁니다. 이 세상에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궁색한 생활에도, 남부럽지 않은 것은 그만의 '어엿한 사무실'이 있기 때문이다. 천안우체국 뒤편 건물 2층에 자리잡은 극단 ‘날개’는 10여 평 규모지만 내부는 기대보다 훌륭한 안락함을 갖추고 있다. 다 그의 눈썰미와 손재주가 발휘한 공간이다.
그는 요즘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거창연극제’처럼 거창하진 않더라도 몇몇 연극팀을 독려해 ‘천안연극제’를 가져보는 것. 생각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얼굴 가득 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