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열 (48·유태평양국악캠프 원장)
국악을 모태로 한 퓨전음악 창조, 공유음악 통한 대중화 이룰 터유준열(48)씨가 천안 북면의 한 폐교에 유태평양국악캠프를 차린 지도 5년째. 유 원장은 5세때 수궁가를, 6세때 흥보가를 완창해 판소리 신동으로 알려진 유태평양의 아버지로 더욱 알려져 있다. “신동을 키웠으니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겠구만.” 속모르는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에도 아랑곳 없이 지내온 세월이다. 그가 이곳에 온 지는 40세 초반의 나이. 한창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줄 때였다. “남들이 압니다. 매일 리어카나 끌며 세월을 보내고 있는 처지를요. 내가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에 악착같이 매달리고 있는지 모르죠.”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알리려 정문에 ‘국악의 세계화’란 포부를 걸어놓은 유 원장. 천안에 올라오기까지 전남도립국악단 사무국장, 정읍 시립국악단장 등을 역임하며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한 몫을 해왔던 유 원장이 칼을 빼든 것은 2001년도. “이렇게 안주하기 보다는 아들, 유태평양을 통해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란 꿈을 꾸자 생각했죠. 사통팔달의 지리적 이점으로 천안을 선택한 것은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충청권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열악한 국악의 불모지일 줄은 몰랐다. 이 때문에 ‘5년만 썩으면 되겠지’ 했던 생각을 조정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열정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가 가능한 일인가.-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음악은 국경이 없다. 음악이 있는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에 경쟁력을 도입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국악의 경쟁력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아들, 유태평양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 음악은 세계적이면서 우리 음악과 닮아있다. 국악을 뿌리로 삼고, 아프리카 음악이나 서양음악 등을 공유시키는 것, 즉 국악을 통한 공유적 문화를 생성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국악의 현실은 어떤가.-열악하다. 특히 충청권은 불모지와 같다. 큰 그림을 가지고 천안에 정착했지만 유지해나가는 것 자체만 해도 고통이 크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관심이 대폭 늘었다. 국악캠프를 찾는 관내 유치원만도 20여 곳이 된다. ‘작은 관심’이 시작됐으니 앞으로는 전문가 양성에도 힘쓸 생각이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작년이었다. 솔직히 그만 두고 내려갈까 고민도 했었다. 가장 부대끼는 것이 경제적인 부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으론 개인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문화적인 공감대와 지원이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섭섭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쯤 다행히 (사)유태평양 문화예술진흥회(회장 조홍규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가 결성돼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이면 아들(유태평양)이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다. 아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난 거름이 되자는 생각 뿐이다. 아들을 통해 우리 문화만 보여주고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국악이 녹아있는 ‘공유음악’을 창조해 활성화에 역점을 둘 것이다. 국악공연에 ‘국악콘서트’란 이름도 최초로 썼고, 미국의 최고무대에서 공연해 각광을 받은 경험도 있다. 우선될 것이 있다면 천안시와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