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펼쳐진 옥수수밭들, 흡사 보성차밭 같아북면 도촌마을(사담2리)은 요즘 알알이 영근 옥수수로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도로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산등성이를 끼고 아래로 아래로 기다랗게 꼬리를 문 옥수수밭도 있다. 언뜻 보면 보성 차밭에 왔는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먼 발치 풍경이 흡사하다. 아직 영그는 중에 있어서인지 옥수수 수염은 흰색이 아닌 붉은색을 띠었다. 최근 장맛비로 천안도 이곳저곳이 물난리를 겪었지만 이곳 도촌 옥수수밭은 그런 낌새를 내보이지 않는다. 다만 옥수수밭과 연이어 있는 밭두덕 한쪽이 폭삭 가라앉아 있는 것이 장마 흔적의 전부다. 옥수수가 장마를 이겨낼 힘을 갖고 있었는지, 아니면 이곳은 장마의 영향이 미약했던 건지 모를 일이다. 마을 어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는 한가로이 부채질하는 어르신네 몇이 보인다. 옥수수가 저렇듯 잘 자랐으니 걱정할 게 무어냐는 듯한 여유로움이 배어있다. 도로변을 따라 내려오다 걸어오는 노인 한분을 만났다. 주름살이 얼굴 가득 덮고 있었지만 듣고 대답해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곳 전체 옥수수는 소 사료로 쓰인다. 마을 전체가 많고 적음의 차이를 갖고 있을 뿐, 다들 소를 키우고 있고, 그래서 소 사료로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소 사료로 재배되기 때문에 옥수수도 질보다는 양이 많이 나는 종자를 택한다. 이 때문에 사람이 먹기에는 다소 질기다. ‘아, 이 많은 옥수수가 모두 소 사료용이었구나’를 알고나서는 ‘도촌마을의 소는 참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먹기에는 부족하거니와, 옥수수밭을 바라보는 풍광은 웬만한 볼거리에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도촌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