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영 ·63·성환 미륵사복지회장성환 봉선홍경사 사적갈비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고즈넉이 서있는 주택. 평범해 보이지만 주변엔 크고 작은 석상들이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북돋운다. 남서울대학교 옆에 있던 미륵사복지회(회장 홍수영)가 이곳에 터를 잡은 지도 1년여. 그동안 주변정리에 바빴던 홍 회장 내외가 최근엔 ‘감자전쟁’을 치렀다. “아직도 허리가 욱신거려요” 하는 홍 회장의 감자사랑 이야기가 구수하다. 언젠가 ‘감자 좀 얻었으면’ 하는 소리를 듣고 감자농사를 지기로 결심했다. 봉사와 관련된 일에는 귀가 얇은 홍 회장은 감자 좋다는 말을 수소문한 끝에 강원도 평창의 감자씨를 얻어와 심었다. 농사를 지어본 일이 없는 그가 택한 감자텃밭은 2000평에 이른다. 감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 인근 연암대학을 들락날락한 것도 수십번. 농약을 치면 감자와 땅에 안좋은 기운이 흘러든다는 철칙 속에 어렵게 농사를 지었다. 숱한 노력과, 그냥 놔둬도 잘 자라는 옥토밭, 복지회원들의 노력봉사가 합쳐져 감자넝쿨에 큼지막한 감자들이 주렁주렁 열렸을 때 기쁨은 무엇으로 형용할까. “감자캐기, 말도 마세요. 이틀을 죽노동한 끝에 이만큼 얻었어요.”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가득 쌓인 평창감자가 그 고생을 짐작케 한다. 아내는 남편을 걱정한다. “내년에도 하라면 절대 못합니다. 아들이 도대체 봉사가 이런 방법 뿐이냐고 속상해하는 것을 보면….” 며칠 사이 검게 그을은 홍 회장의 얼굴이 반쪽이 되다시피. “그래도 신이 나서 캐다말고 7개 시설에 한 가득씩 갖다 주더군요. 다 죽어가던 사람이 그때 표정은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어요.”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말리지 못한다. 젊었을 때부터 30여 년을 해온 것을 어떻게 말릴 수 있나. 그저 동조자로, 때론 건강을 생각하며 노심초사하는 아내로 옆자리를 지켜줄 수밖에. 이틀간 캔 감자는 30㎏짜리 110박스에 이르며, 홍 회장은 미륵사복지회원들과 함께 일주일에 거쳐 거의 대부분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