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66·천안시 성정2동)
“책임은 모두가 나눠가져야 하는 겁니다. 나라를 망쳤다고 하는데 정부가, 또는 어느 한 정당이 나라를 망친 건 아니잖습니까. 또 무엇이 망쳐졌습니까. 가만 생각해 보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 같아요.” 사고로 26년째 방안에만 누워 생활하는 김종진씨가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뼈있는 말을 내뱉는다. 천안시민 중 이번 선거에 거소투표(우편투표) 대상자는 480명. 거동불편자나 외딴 섬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이 대상자가 되는데 장애1급을 가진 이종진씨도 포함됐다. 26년 전 도자기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김씨는 위에서 떨어진 무거운 물건에 ‘악’ 소리도 못지른 채 척추골절을 입고 앉지도 못하는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아내는 식당일이다 청소부다 공사장이다 마다 않고 새벽부터 일터에 나가야 했고, 김씨는 매일같이 혼자서 멈춰진 듯한 시간을 재촉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빠듯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뒤늦게 성정동 주공6단지 임대아파트를 얻은 것은 그나마 위안.그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바로 텔레비전이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방송을 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눈에 들어왔다. TV를 통해 밝게 사는 법도 배웠고,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차피 살아야 하는 거라면 웃으면서 살아야죠. 바둥거린다고 달라질 게 있습니까. 자신만 더 괴로운 거죠.”정갈한 방안. 그의 아내가 음료를 내오고 다시 선거 얘기로 흐르자 마침 기다렸다는 듯 술술 이야기를 푼다.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싸움질만 해대고…, 노무현(대통령)만 잘못입니까. 다 똑같은 짓거리들 하는데 왜 제 잘못은 모르는지 답답합니다.”그는 천안의 정치인에 대해서도 ‘거의 다 화장실에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르다’는 말로 비판하며, 시민들을 위해 진정으로 애쓰는 정치인이 돼줄 것을 소망했다. 그는 6번을 투표하는 이번 선거에 지역성과 인물본위, 그동안 활동행태를 염두에 두고 투표했다고 귀띔. 덧붙여 법적으로 보호받는 소외계층보다 법으로부터도 소외된 진짜 소외계층을 찾아내고 도와주는 시정이 되길 당부했다. 장애1급을 가진 자신이나, 생계고를 책임지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한 달간 입원했을 때는 막막했다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못되고, 장애수당 한 푼 못 받는 이들. “누구에게 의지해요. 조금이라도 움직일 몸이 있으면 우리가 벌어 살아야지” 하는 말 속에는 사회의 방관에 약간 섭섭함도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