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것이 정치라지만 사적 욕심을 앞세우는 현실은 비정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는 말은 이론에만 그치고 만다.최근 정당 공천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은 너도나도 기자회견을 열며 ‘불공정 시비’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가지각색으로 공천과정을 문제삼는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솔깃할 정도로 일리를 갖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날까마는 공천과정은 정당마다 누가 낫고 못함 없이 상당한 문제점을 안은 채 유권자를 마음껏 희롱하고 있다. 어느 땐 그 정도가 지나쳐 치졸하고 분통이 난다. ‘과연 저런 사람들이 나서서 당선이라도 되면 큰일이지’ 싶다.공천과정을 지켜보며 극히 우려스러운 것은 불공정 시비보다 참여자들의 못된 의도다. 자신이 당당히 선택한 정당이다. ‘목숨도 바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이며 들어간 정당이다. 그런데 똑같은 공천과정을 놓고 벌어지는 주장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공천자는 당이 공정했음을 밝히는데 반해 공천 탈락자는 이구동성으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선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정당은 적어도 수년동안 각종 선거를 치르며 국민 앞에 존재해 왔다. 매일 정치권의 공방이 아귀다툼으로 비쳐져 실망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생명을 부여받고 사는 예비후보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적어도 자신이 선택한 정당이 어떤 생태를 갖고 있는지는 손바닥 보듯 훤한 것이다. 만약 몰랐다면 ‘바보’ 뿐일 게다.어차피 불합리가 있음을 알고 뛰어들었으면서 자신에게 불리하다 판단되면 그때서야 이같은 불합리가 있음을 변명 삼아 빠져 나온다.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정당이나, 이유있는(?) 항변과 함께 도망쳐 나온 정치인들 모두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위안삼겠지만, 이를 고스란히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또한번 상처를 입는 것을 어찌 모를까. 원칙을 존중하는 정치인이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흙탕물임을 알면서도 뛰어든다면 그 정당 내에서 부조리를 타파하는 일등공신으로 자리잡거나, 차라리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질 말거나. 이 둘은 자신의 고통은 클지언정 국민으로부터 진정 존경받을 자격을 받게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결코 ‘비난의 단두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