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발끝만 좇는 선거운동·보도, 후보자 자질·능력 스스로 드러내야이번 5·31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는 ‘매니페스토’에 있다. 구태선거를 버리고, 이제는 참공약을 내걸고 정책선거를 펼치자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매니페스토를 알아가면서 정책공약에 대한 후보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선거문화를 바꾸자는 중요한 의미도 가진다. 선거의 주인이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에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그동안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이벤트’ 정치로만 꾸려왔다. 어느 후보자가 재래시장을 찾으면 언론이 뒤쫓아 보도한다. 소식을 접한 유권자들은 그 후보가 재래시장 상권을 활성화할 의지와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오해하고 기대한다. 가장 열악한 농촌지역과 어렵게 살아가는 농부를 만나 분노하는 모습에서, 장애인들과 어울려 어깨동무하며 즐기는 모습에서, 때로는 건설현장을 찾아 결연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서 그의 인격과 능력, 정책비전을 찾는 오류를 범한다. 이벤트 정치가 후보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짧은 시간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극적인 홍보무대인 반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한낱 ‘우롱하는 처사’일 뿐이다. 일부 의식있는 유권자들이 먼저 깨어 후보자들의 진정한 자질검증을 원하는데 반해 대부분 후보자들은 이벤트 정치와 악수 정치에만 연연하고 있어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변별력 없는 정책공약들매니페스토가 선거 주류로 떠올라 있지만 정작 공약 자체는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 개인의지에 앞서 후보캠프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한 공약 만들기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후보가 공약을 구상하기 보다 인기공약을 내걸고 후보자가 맞춰가는 형식이 취해지는 것. 이런 이유로 후보자간 공약을 비교하면 ‘그밥에 그나물’이다. 예로 천안시장에 나선 열린우리당 구본영 후보와 한나라당 성무용 후보 공약을 보면 알 수 있다. ‘천안은 지금 행복합니까’로 시작하고 있으나 공약 내용에 있어서는 천안시가 지금껏 해오고 해나갈 부분을 언급한 정도며, 현안에 대한 뾰족한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외형적인 발전에만 치중했다는 일부 비판을 의식한 듯 성무용 후보는 “이제 내적인 성장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적성장 부분을 문화·교육·예술분야로 언급하면서도 정작 주요공약에는 원도심 개발로 균형발전, 남부경찰서 신설, 기업도시 등을 언급하는데 그쳐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매니페스토에 따라 현실은 ‘공약=실천’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고 있다. 공약을 내걸면 이후 ‘검토해보니 문제가 있다’거나 ‘시대변화에 따라 적합하지 않게 됐다’는 등의 이유가 후보자에게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우려한 당선자들은 자칫 무조건적인 공약실천을 강행할 우려가 높아졌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처음부터 ‘완벽한 공약’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요구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평상시 유권자 대부분이 생활정치에 참여해 지역발전 연구와 활동에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선거때만 반짝 나서는 후보와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모여 선거운동에 전념하는 현실로는 불가능한 설정. 또한 봉사를 앞세우기 이전에 권력과 이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이같은 바람을 희망사항으로 돌릴 뿐이다. 후보자가 취할 것들민의를 대변하는 진정한 정치인은 어떤 처신이 필요한가. 먼저 이벤트 정치에 골몰하기 보다는 천안시의 비전과 현안 해결에 고민해야 한다. 연구팀이든 공약팀이든 이들과 함께 천안시 각 부문을 조각조각 분석하고, 자신의 리더십을 적용시키는데 문제점은 없는지, 좀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역주민에게 공개해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지역주민에게 악수와 웃음 한번으로 한표를 얻었다 생각지 말고 진지한 표정으로 ‘살아가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를 물어야 한다. 천안지역을 세밀하게 살피고, 시행정을 날카롭게 분석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정확한 후보검증을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후보자가 천안을 얼만큼 이해했는지, 역할에 맞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도덕적으로 문제점은 없는지, 천안시를 어느 방향으로 운영해갈 것인지, 올바른 직관을 갖췄는지 등을 검증하고 이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분석해 유권자들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이를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구태정치를 적게 보이고, 유권자가 원하는 검증에 얼만큼 성실하게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인을 선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