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접시물에도 빠져 죽는다더니 150평 태운 산불, 한 생명 앗아가

한 생명 앗아가

등록일 2006년03월2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10일(금) 동면 장송리 산기슭, 노부부 밭두둑 태우다 목숨 잃어동면 장송리에 찾아온 초봄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다. 바람은 아직 찬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산기슭에 위치한 허름한 집은 대학원을 다니는 늦둥이 딸(32) 하나만을 둔 노부부가 살고 있는 곳. 이날(3월10일)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집 앞 자그마한 자갈밭에 나와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별다른 경제력이 없는 그들. 시청에 영세민으로 신청을 해놓고 있지만 까다로운 요건에 걸렸는지 묵묵부답. 몸 가누기도 숨이 차지만 먹을거리라도 만들 양으로 밭으로 나왔다. 산이 인접한 밭두둑은 겨울을 넘기며 건초같은 잡풀이 성가시게 자라나 있었다. 예부터 봄철 영농기를 맞이하기 위해 습관처럼 해오던 것이 불을 놓는 것. 불은 두둑을 깨끗이 정리해줄 뿐만 아니라 병해충도 죽이는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해온 일이건만 노부부에게 있어 이날은 뭔가 특별한 날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꺼림칙함이 어떤 것에서 연유한 지는 잠시 뒤에 알게 됐다. 오후 4시50분경, 밭두둑에 불을 놓았건만 바람은 자꾸 산쪽으로 옮겨나갔다. 당황한 할아버지가 불을 끄러 달려든 순간 매캐한 연기가 에워싸고, 갑작스런 질식으로 쓰러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호미질을 하던 할머니가 서둘러 흔들어 깨웠으나 할아버지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히 불은 산불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지나가던 이가 신고해 동면 관내 의용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진화에 나섰고, 불은 겨우 150평 정도를 태운 채 사그라졌다. 불도 산쪽에서 거꾸로 타들어 갔고, 겨우 가랑잎만 조금 태우고 만 불난리(?)는 한 생명을 함께 가져간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도 논·밭두렁 등에 불을 놓지 말라 했건만….” 할머니와 딸의 눈물을 지켜보며 주민들은 저마다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 산림과 오병상씨는 “지난 해에도 목천 도장리의 한 절 주지스님이 500평을 태운 산불 속에 숨졌다”며 “산불은 아름다운 자연환경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귀중한 생명도 빼앗아간다. 부디 조심하며, 특히 산불철에는 산과 인접한 곳에서 화기를 소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시는 올해들어 허락없이 논·밭두렁을 태운 이들 4명에게 33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시 관계자는 “실제 30만원짜리 과태료도 있지만 불법을 행한 대부분이 어렵고 딱한 사람들이라, 제대로 물릴 수도 없는 입장임을 밝혔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