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니 홀가분합니다” 하는 이완희 의원은 그래도 일말의 아쉬움이 표정 속에 묻어났다.
이완희 의원, 현역의원 최초 출마포기 밝혀… 개정선거법 피해자 주장“본인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4년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던 의원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지난 2일(목) 의원총회가 열린 날. 모든 의원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수신면 초선의원인 이완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26명의 현역의원 중 최초 선언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동정을 보냈고, 더러는 깜짝 놀라는 의원도 있었다. 개정선거법의 최초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 요지에는 개정선거법이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구정 전 일주일을 꼬박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그의 마음은 무척이나 쓰리다. 그의 휴대폰에 담겨있는 2000명의 유권자가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이런 선거제도라면 나 같은 사람은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못나올 겁니다. 뻔히 지는 싸움에 뭣하러 숫한 돈 쓰며, 민폐 끼치며 그리하겠습니까.” 목소리에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지만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고 좋다”며 그래도 웃음을 보인다. 중선거구제는 ‘돈먹는 선거일 뿐’이 의원이 가장 문제삼은 것은 ‘과다한 선거비용’이 들 것이라는데 있다. 자신이 후보임을 나타내는 방식은 아직도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발품’에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사하고 음료수라도 한 잔 건넬 수 있는, 정이 통하는 선거방식을 택한다. 게다가 시골인심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가 사는 수신면이 천안 시내 14개 동과 맞먹는데 이번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동부 6개 읍·면과 남부 2개 면이 선거구로 책정됐다. 예전보다 적어도 8배가 커진 것이다. “기름값만 해도 장난이 아닙니다. 사람 만나면 그냥 만납니까. 하다 못해 박카스라도 한 병 권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결국 돈이 문젭니다” 한다. 그가 두 번째로 꼽은 문제점은 ‘소지역주의’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 것. 선거에도 내 지역 사람 뽑아준다는 지역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27개 읍면동 중 동면 다음으로 꼴찌인 2949명(총인구)을 가지고는 시쳇말로 명함도 못 내민다. 병천, 북면, 풍세 등과는 두배 가량 차이나며 2만8000명을 가진 목천읍과는 그 차이가 무려 10배다. “내 지역 유권자가 적다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는 그의 말 속에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외에도 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선거 120일 전으로 허용하자, 60일 전부터 선거에 돌입하게 돼있는 기초의원선거조차 덩달아 ‘120일전 돌입’으로 맞춰지며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선거를 위한 금전사용기간이 2배로 는 것이다. “아마 법정비용 1800만원 이내 선거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적어도 몇 배 이상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공천경쟁도 치열해졌을 뿐 아니라, 선거비용을 마련키 위해 집안 어른들과 주위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싫었다고 고백했다. “저 하나만 접으면 모두 행복해지는 겁니다. 집안 어른들과 가족은 자꾸 나가길 바라지만 욕심이죠. 상처만 남습니다. 그동안 저를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는 마지막 인사를 하며, 그래도 지끔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자리에서 지역봉사를 하겠노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