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극단 창단에 앞장서는 이들은 류중열 대학로예술극장 대표와 박상규 상명대교수다. 한명은 서울 대학로 연출가로, 또한명은 국립극단 배우로 활동경력을 갖고 있다. 둘 다 30여 년 넘는 경력을 들고 최근 고향으로 낙향해 지역 연극계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도 30여 년 된 제법 무게있는 배우들이 있다. 천안 연극계의 산 증인인 김태원 현 연극협회장을 비롯해 남태희 고문, 채필병 극단날개 대표, 남상화 사진공방 대표 등이다. 천안에는 두 개의 극단이 연극계의 맥을 근근히 지켜오고 있다. 하나는 83년 탄생한 김태원씨의 극단 천안이, 다른 하나는 99년 창단한 채필병의 극단 날개가 있다. 극단 천안은 등록회원이 20명에 이르지만 실제 활동하는 이는 손가락에 꼽을 만 하다. 자체공연으로는 1년에 한번으로, 작년에는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상연했다. 이들은 평소 직장생활하다 작품이 있을 때만 두 달여 모여 연습한다. 16명의 회원이 있는 극단 날개는 좀 더 활발한데 매주 토요일에 모여 작품회의나 연극공부를 한다. 하지만 연극무대는 극단 천안과 마찬가지로 1년에 올린다. 작년에는 ‘이마트’라는 작품을 올렸다. 이들 두 극단은 자체 공연 말고도 천안 연극협회라는 이름으로 매년 두 작품 정도를 올리고 있다. 작년에는 ‘능소전’과 ‘욕탕의 여인들’을 제작해 공연했다. 공연은 제작비의 50%를 시나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공연관람료나 자체 인건비를 아껴 제작비를 충당하는 열악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도 주당이 술을 못 끊듯, 골초가 담배를 못 끊듯 연극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배를 곯아도 연극이 끝나면 이들은 모든 것 훌훌 털고 소주나 막걸리 놓고 한바탕 뒷풀이 하고 나면 뒤끝이 없다. 어차피 연극배우는 고달픈 것임을 아는 까닭이다.이들은 한결같이 ‘향토연극이 살아나갈 방법이 과연 뭐냐’고 선문답한다. 방법이 없다면, 더디다면 시립극단을 통해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자질은 있으되 연극계로 나서지 못하는 많은 연극인들을 끌어내 천안 연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