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극단 천안이 무대에 올린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의 한장면.
천안에 ‘시립극단’의 때가 오는가. 지난해 천안은 시립무용단과 시립오케스트라를 탄생시켰다. 이전에 시립합창단, 시립국악관현악단, 시립풍물단이 있었으니 총 5개의 시립예술단이 활동하게 된 것이다. 다음엔 어떤 예술단이 등장할까를 놓고 고민이 있으나, 연극계의 시립극단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천안 연극계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으며, 성무용 천안시장도 박상규 전 국립극단장과의 대화 도중 검토해 볼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덧붙여 임경환 시 문화관광담당관은 “언제 어떻게 두자고 하긴 어렵지만 시립극단은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여 시립극단 창단이 머지않아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현재 운영 중인 전국의 국공립극단은 서울, 포항, 대구, 부산, 광주 등 30여 개에 이르며, 구청 단위로도 강서구와 강동구 등이 구립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립극단 창단 추진된 적 있었다?연극계에 따르면 천안에서 시립극단이 거론된 것은 한참 전이다. 이근영 전 천안시장때 ‘천안 시립극단’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충남의 수부도시이며 인근 아산, 평택, 연기, 공주, 안성 등 인접지역의 중추적 도시로도 기능을 갖고 있어 시립극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시립극단 구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무산된 결정적 요인이 연극계 내 다툼 때문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극단 날개 대표 채필병씨는 “천안에서 활동하는 토박이 연극꾼들과 대학간 알력이 있었죠” 한다. 그에 따르면 시에서 원하는 시립극단은 단장부터 대학교수였고, 대학은 시립극단원을 자기 학생들 쪽에서 찾기를 바랐다. 지역연극계는 그 와중에 외톨박이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같은 이견으로 말만 무성히 오가다 말았다고 한다. 국립극단에 30여 년 몸담다 최근 천안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내려온 박상규 전 국립극단장은 “그 때 다툼으로 몇몇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안 비쳐졌다”며 중재한 적이 있음을 밝혔다. 연극계가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격’이다. 후회해도 기회는 지나갔고, 그로부터 몇 년 후인 지금 다시한번 시립극단의 염원에 불이 붙었다. 이들은 그때하고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채필병씨는 “천안중학교 동창인 박상규 전 국립극단장이 대학교수로 내려오고 우리 연극계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대학로에서 연출가로 활동했던 류중열씨도 고향인 천안에 내려와 활동하고 있다”며 “이제는 대학과 지역연극계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호기를 맞았고, 예전보다 성숙한 생각을 갖고 있어 시립극단 운영에 자체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시에 예술단을 운영해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은 현재 오페라단과 발레단, 소년소녀합창단, 창 극단 등이다. 아직은 모두 간헐적으로 소수에 의해 얘기되고 있으며, 그중 연극계의 시립극단은 물밑에서 심각하게, 그리고 절대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김태원 연극협회장은 “시립극단 창단은 움츠러든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라면서 “좀 더 차분히 전국적 현황과 운영상의 문제점, 효율성과 지역민 의식 등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시립극단 필요성과 유익성을 모색해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임경환 시 문화관광담당관은 예술단 계획에 대해 “지난해 무용단과 오케스트라가 창단됐기 때문에 우선 주력할 것은 이들의 내실화”라면서 “이후 추세나 여건, 여론 등을 통해 여러 가지를 검토해 새 예술단 창단을 모색할 것”임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시립극단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