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은 내 마음 속 눈물을 닦아주던 산산이여 그대 깊은 품속으로 나의 영혼을 데려가 솔바람에 씻기 우는 꽃잎이 되게 하라 -안치환의 ‘산’ 중에서가수 안치환의 ‘산’은 산과 내가 하나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노래한다. 하덕규의 ‘한계령’에도 의인화된 산이 인간과 교감한다. 사람에게 산은 때로 엄한 스승이기도 하고 다정한 친구이기도 하다.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산이 어진 사람을 만드는 건 아닐까.천안에서 활동하는 산악회는 100여 개. 그러나 ‘산’이란 소재는 정치적이다. 친목적이다 하며 다양한 목적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 만약 순수한 마음으로 산 타기를 원한다면 선택의 지혜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K2산악회’는 산 타는 자체가 좋은 산 마니아들의 모임으로 소문났다. 정치적이지도 않고 음주가무에 빠져있지도 않다. 그저 산을 타고, 입이 텁텁할 때 준비해간 막걸리에 빈대떡 한 입 베어물면 만족. 더도 덜도 없다. 94년 9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12년째 접어든다는 K2산악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산사람들만 모여서 ‘거기 가면 따라가질 못한다’는 악소문(?)도 돌아요. 실제는 선두그룹만 빠르고, 나머지는 일반인들과 보조를 맞춰주는 데도요.” 어릴 적부터 산을 좋아했지만 K2를 통해 본격적으로 마니아가 됐다는 김응군 회장은 이 참에 K2에 대한 주변의 오해를 풀고자 작정한 듯. 그러나 겸손하고 사람좋은 인상을 잊지 않는다. “우리 산악회는 정회원이 36명인데 격주 산행에 보통 참여자는 25명 안팎이에요. 차 한 대분의 나머지는 비회원이 채우죠. 특기라면 거쳐간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태백산행 전에 정동진을 본다든가, 보성을 가면 녹차밭을 거쳐오는 거죠. 회원들이 좋아해요.”산에 정통한 이들이 몇 있다보니 K2는 남들이 안 다녀본 산행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1년에 한 번씩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포함하고, 가끔 비회원들을 위해서도 명산을 찾기도 한다고. K2 산행은 보통 5~6시간이며, 아주 가끔씩은 무박으로 새벽 3시경에 산행에 나서 10시간씩 타기도 한다. 40대가 주축이 되며 30대와 50대가 비슷, 여성도 30%를 차지한다. “산행의 주안점은 안전이에요. 그래서 차 안에서는 음주가무도 안합니다. 이에 대해선 자부심을 갖고 있죠.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산을 망치지 않는 산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산에 피해주면서 즐길 순 없는 것 아니겠어요.” 불현듯 겨울산행이 하고 싶다면 K2산악회 문을 두드려도 좋을 듯. 인원수가 한정돼 있어 다 갈 수 있을지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