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씨의 주요 저서로는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이 있고 주요논문은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등 20여 편에 이른다. 이런 왕성한 활동으로 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교육부장관상
신상구·55·향토사학자선행연구가 전무한 향토사는 온전히 발품… 예산지원 등 지역사회 관심 있어야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천안 향토사의 맥이 끊기고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다. 전부터 향토사가들의 활동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기자는 그를 만나기로 했다. 시간을 내어 찾아간 곳은 북중학교 4층 작업실. 그는 2학년 국사선생님이었다. 향토사 활동 ‘어려운 점 4가지’달랑 녹차 한 잔 놓고 작업실에서 보낸 장장 5시간의 대면. 일방적인 대화였고, 기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잠깐 들어보세요”하며 싹둑 잘랐다. 그만큼 할 말도 많고, 하소연할 것이 있다는 얘기다.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들이 눈앞을 지나갔다. 20여 년간 집필한 논문들은 이게 사람이 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게다가 몇 쪽 안 되는 글도 뒤에 첨부된 참고문헌란이 더 많은 페이지를 차지한다. 자료 한 쪽, 표 하나 쓰기에도 며칠씩 걸리며 일일이 찾아나선 시간들. 3년 걸린 논문도 있고 어떤 것은 7년을 지역 곳곳을 누빈 끝에 결실을 맺기도 했다. 자신을 알리는 게 순서라며 내놓고 설명하는 온갖 자료들로 머리가 어질어질. 꼼꼼하고 부지런하며 치밀하기까지 한 성격탓에 수난도 많다. 특히 인물정보에는 광적인 집요함을 보인다. 어찌 보면 사학자의 학자적 탐구에 걸맞다 싶다. 그는 “한 인물에 대해 깊이있게 파헤치면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해 당황스럽다”며 이 때문에 항의하는 사람들로 곤욕스러울 때도 많다고. 그래선지 그 흔한 휴대폰조차 없다. 그는 천안향토사에 “맥이 끊기고 있다”며 강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근 천안문화원 부설 천안향토사연구소가 관내 사회과 교사들을 연구위원으로 위촉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한 사람도 나서지 않았음이 이같은 심각성을 반증해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향토사가의 역할이 지역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어요. 그렇기에 능력과 사명감을 두루 갖춘 향토사가들이 많이 필요해요. 역사, 지리, 언어, 민속을 전공한 지역대학 교수는 물론이고 연구소 연구원과 박물관 학예연구사, 중·고교 사회과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해요. 하지만 이들이 지역향토사를 외면하고 있으니 큰일이죠.” 그는 ‘향토문화와 역사연구 외면하는 사회과교사들’이란 제목으로 몇몇 언론사에 기고하기도 했다. 향토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하지만 천안의 경우도 향토사학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이 없어 문화역사 연구가 단절될 위기에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천안 향토사가들의 나이대를 나열하며 “이들 중 가장 막내가 40대 후반으로, 이들의 뒤를 이을만한 젊은 향토사학자가 없다”고. 그는 현직 사회과 교사들이 향토문화와 역사연구를 외면하는 이유로 몇 가지를 들었다. 첫째 몸만 축날 뿐 돈이나 명예, 권력, 승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 둘째 선행연구가 전무해 발품파는 현장조사에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투자돼야 한다는 점. 셋째 어렵게 연구해도 발표할 곳도 없고 있다 해도 원고료에 너무 현실성이 없다는 것. 넷째 교사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주변의 이해부족에 따른 갈등 등을 꼬집었다. 이런 문제점을 지역사회와 지자체, 문화원, 지방언론, 학교가 나서 해소해 줄 때 사회과 교사들이 향토문화에 기여하는 노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화로 늦어진 밤, 난로가 있긴 하나 불을 지피지 않은 4층 작업실은 꽤 추웠다. 계단은 불도 켜있지 않아 더듬더듬거리며 현관을 빠져나오는 순간 저 멀리 달은 휘영청 밝게 비추고 있었다. 취미생활이나 가족과의 시간도 멀리하고 밤 늦도록 향토사에 파묻힌 향토사학자의 길. 그 고된 길을 지역사회가 언제 알아줄지 씁쓸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