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의회 시정질문시 답변 성의·자세 부적절우리 속담에 애써 이루려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 어이없이 됐을 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25일(화) 시정질문에서 시의원들은 꼭 ‘그 꼴’이 됐다.의원들은 총 83개의 시정질문을 갖고 시정을 공격했다. 이중 중차대한 질문이라고 판단해 시장답변을 요구한 질문은 7건이었다. 충남도청 이전을 비롯해 북부지역의 유비쿼터스 도시건설, 관내 농업정책, 천안천 살리기, 구청 관련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에게는 한껏 민감하고 무거운 지역현안을 묻는 것인 만큼 기대 또한 큰 상태. 그러나 잔뜩 벼르고 던진 7건의 질문은 곧바로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시장이 시에서 의회에 제출한 1차 답변서를 읽는 수준에서 답변한 것. 게다가 보충질문조차 받지 않고 의회를 빠져나가자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태백 의원은 “시장이 세세한 답변까지 하기가 어려워 실·국·소장이 대신 한다면 의원들의 보충질의까지 이뤄지는 것을 들어야 하지 않는가”며 아쉬워했다. 유효준 시 기획담당관은 “답변만 하기로 사전조율됐고, 부시장도 있었기에 그리 문제된다고 보진 않았다”고 전했다. 시와 의회는 이후 시장답변시에는 시장이 경청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허 전 의원 ‘새로운 관계정립’ 주장시정의 정책과 방향은 시장의 의지가 상당부분 반영된다. 이에 따라 시정질문시 시장이 답변자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시정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잘못 운영될 때는 알력의 장으로 변질된다. 천안시와 의회는 어떤가. 허 전 의원은 이번 시정질문시 “의회가 시장에게 멸시받은 거다”며 심각하게 판단했다. 그는 시장이 형식적인 답변을 취하고, 의회는 시장이 얼굴을 비췄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관행은 더 이상 시정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바라봤다.그는 이번 시정질문에 몇 개의 질문을 냈다. 시장이 답변자리에 서자 4가지만 답변해줄 것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기존에 제출된 답변서 그대로 읽는 수준에 그쳤다. 고의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의원의 질문이 무시당한 것이다. “그동안 시장과 의원들이 타성에 젖었던 거다. 순 엉터리다. 시장은 시정의 큰 틀에서 정책과 시정방향을 제시하고, 현안에 대해서는 대안을 듣고싶은 거다.” 허 의원은 답변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아쉬움을 밝혔다. 당시 허 의원은 오히려 질문했던 의원을 비판하고 휭하니 사라진 시장의 행동에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시장답변에 개선이 필요하다면, 의원들의 질문도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답변을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또는 보복감정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검증을 거쳐 시장이 답변할 질문을 선택하는 것이 전제돼야 할 일. 일각에서는 의장단의 지도력 부재를 문제삼기도 했다. 의회 위상이 추락한 사안인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기는 행위를 탓했다. 성 시장과 이정원 의장이 같은 정당임을 들며 ‘한통속’이 아니겠냐는 의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와 의회, 시장과 의회가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