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온양나들이 공구상가 틈자락에 ‘시지정 광고물관리대행사’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입구부터 2층 사무실까지는 거리에 나붙은 불법광고물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광고물관리대행사 생활 23년째인 김상용(53)씨가 불편한 걸음으로 맞는다. 98년 광고게시판 작업중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3급을 받았다.그는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서류를 꺼냈다. ‘91년’이 선명히 찍힌 빛바랜 8쪽 서류다. 내용인즉 경기도가 각 시군에 하달한 ‘불법옥외광고물정비 보완지침 시달’로, 충남 천안에서 실시중인 방법을 제1안으로 삼은 내용이다. “게시판 설치는 내가 전국 최초일 거예요. 82년도쯤 수원에 게시판을 150개 정도 설치했죠. 개인이 게시판이란 아이디어를 갖고 설치해 관리하는 방법은 처음이었거든요.”3년 후 고향, 천안에 내려와 4개월 동안 매달린 끝에 150개의 게시판을 달 수 있었다. “처음 관내 극장은 4개가 전부였지만 87년도에 9개, 92년도엔 11개로 늘었죠. 게시판은 극장광고가 전부를 차지할 때라 수입도 좋았죠.”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직원 한두 명 인건비도 벅차다고. “80년대 초반엔 장당 200원을 받았고, 지금은 700원 받거든요. 다른 수입원이 있어서 유지하지, 안그러면 벌써 문닫었어야 했죠.”몇 년 전부터는 극장이 하나 둘 문닫더니 극장광고도 더불어 사라졌다. 기껏 학원광고가 나붙는데, 간호학원이 서너개. 어차피 남는 게시판이라 두 장씩 붙여주고 있다. 언제까지 운영할 거냐는 물음에 “처음 시작했어요. 내 밑에 있던 직원들이 지금은 용인, 신갈, 송탄, 평택, 성남 등지에서 이같은 일을 하고 있죠. 돈을 생각하면 벌써 문닫아야 하지만 게시판광고는 내 인생의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어 버리질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