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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은 ‘검정치마’를 입지 않았다?

‘검정치마’를 입지 않았다?

등록일 2005년10월2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관순 열사가 일제에 항거하며 그렇게도 입기 싫어했던 검정치마를 오히려 후손들이 영정에 떡 하니 입혀놓고 지내왔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남동순 할머니 증언 “당시 검정치마는 백의민족정신 말살하는 일제의 전략” 유관순 열사의 영정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검정치마’에 충격적인 역사적 진실이 감춰져 왔음이 제기됐다. “관순이는 절대 까만치마를 입지 않았죠. 흰 치마만 입었어요. 일제는 우리에게 까만치마 입길 강요했죠.” 천안시 사적관리소(소장 백동철)측이 이화학당에서 유 열사와 함께 동문수학한 남동순(1903년생) 할머니의 증언을 듣다가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단국대학교 박성술 교수는 “일제는 백의민족이 흰옷을 입는 것이 못마땅했던 거였고, 어떻게 해서든 백의민족정신을 훼손시키려는 수작이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깜짝 놀랐어요. 아무도 그같은 말을 얘기해준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것도 모르고 우리 후손들은 유 열사에게 줄곧 검정치마를 입혔잖아요.” 백동철 사적관리소장은 확인과정을 거쳐 그것이 진실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유 열사의 검정치마를 없애고 흰 치마를 입혀야 한다며 남 할머니가 건강할 때에 서둘러 유 열사의 이화학당 시절과 검정치마에 얽힌 사건을 녹취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직 ‘검정치마’에 대한 이견은 다양하다. 역사적 사실을 오직 남 할머니 증언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상황.한 관계자는 남 할머니가 당시 이화학당에 다녔는지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화여고 윤석령 행정실장도 “처음 듣는 말”이라며 “당시 교복은 분홍, 검정, 회색, 흰색 등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검정치마에 담긴 의미에 반신반의했다.현재 충남대 윤여환 교수에게 영정제작을 맡겨놓은 상태로, 남동순 할머니의 증언과 관련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 내에 영정제작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제의 시각과 부족한 자료수집에서 발생한 형무소의 부은 얼굴, 검정치마, 고무신 등은 당시 모습과 흰 치마, 미투리 등으로 바뀔 예정이다. 현재 유 열사의 애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영정이 마련된 곳은 천안시 사적관리소를 비롯해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과, 이화여고 세 군데로 알려져 있다. 천안시는 유 열사의 캐릭터에도 검정치마를 입혀놓고 있다. 우연찮은 기회에 밝혀지다그동안 유 열사를 연구한 전문가는 꽤 있었지만 검정치마에 관심을 가진 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 열사의 생존사진은 형무소 사진 한 장과 이화학당 시절 동문들과 찍은 두 장의 기념사진 뿐이다. 한 장 속에 있는 동문들의 의복은 모두 흰 저고리에 흰 치마지만 다른 한 장은 흰 저고리에 흰 치마와 검정치마가 섞여 입은 모습이 눈에 띈다. 유 열사는 모두 흰 저고리에 흰 치마였다.당시 이화학당 학생들의 의복이 일제에 의해 억압받았던 사실을 아는 이가 적었기에 지금껏 그같이 중요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높다. 백 소장은 “밝혀진 경위도 우연이었어요. 새로 제작되는 유 열사 영정제작회의에 얼마전 남동순 할머니가 참여했죠. 당시 기념사진에 이화학당 의복이 검정과 흰색을 입고 있는데, 유 열사는 두군데 다 흰색치마만 입고 있었죠. 큰 뜻 없이 당시 교복이었냐고 묻자 남 할머니가 검정치마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관순이의 애국의지 누구도 못꺾어”남동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당시 이화학당 학생들은 교복이 없었고, 보통 흰 저고리에 흰 치마를 입고 다녔다. 말 그대로 백의민족에 어울리는 흰색의복이었다. 하지만 일본인의 눈에는 무척 거슬렸나 보다. 민족말살정책을 펴며 한민족의 정신이 깃든 거라면 물불 안가리고 없애는 일제의 눈에 최고의 엘리트를 지향하는 이화학당 학생들의 의복을 어찌 그냥 지나칠까.‘검정치마’를 입고 다니라는 일제의 강압이 들어왔다. 여학생들은 버티다 버티다 핍박에 못이겨 하나 둘 검정치마를 입었다. “어느 때는 일본인들이 흰 치마저고리에 까만물감을 뿌려대기도 했어.” 하지만 유 열사는 끝까지 흰 치마를 고집했다. 한번은 남 할머니가 검정치마를 입고 나온 것을 보고는 벌컥 화를 내며 “너 친일파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 말을 듣고 관순이에게 말했죠. ‘까만치마를 입었지만 정신까지 판 것은 아니야 하고. 어쨌든 관순이는 대단했어요.”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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